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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반값 등록금’ 논의가 가야 할 방향 |
완강히 버티던 청와대도 어떤 식으로든 가계의 등록금 부담을 줄여야 한다는 데 동의하고 있으니, ‘반값 등록금’에 대한 공감대는 정치권 전체로 확산됐다고 봐도 무방하겠다. 이제 논의는 방법과 대상 등 각론으로 발전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벌써 2학기 등록금을 걱정하는 학생들이 엊그제 시위를 벌여 무려 70여명이나 경찰에 연행되는 등 그 절박함은 더욱 커지고 있다.
문제는 정치권의 이런 긍정적인 움직임에도 불구하고, 설익은 논란으로 말미암아 이것이 제기하는 고민과 정신을 뒷전으로 밀어낼 수 있다는 점이다. 장학금 지급 기준을 B학점 혹은 C학점으로 할 것인지 하는 논란은 상징적이다. 카이스트 사태의 가장 큰 원인이 C학점 이하에게 적용되는 차등등록금제였다.
물론 도덕적 해이를 우려할 수 있지만 구더기 무서워 장 담그기를 포기할 순 없는 일이다. 대학진학률 90% 가까운 현실에서, 가난한 학생이라도 등록금 부담 없이 학업에 임하도록 해야 한다는 것은 당연한 요구다. 그래야 가정 형편에 따른 불공정 경쟁 구조를 조금이나마 완화할 수 있다. 지금 상황에서 교재비나 용돈이나마 스스로 벌겠다고 한다면, 학생은 수업 이외의 모든 시간을 아르바이트에 바쳐야 한다. 등록금까지 마련하려면, 수업마저 포기해야 한다. 도덕적 해이 문제는 등록금 수준이 획기적으로 낮아지고, 어려운 학생에게 더 많은 지원이 가는 제도가 확충된 뒤 논의해도 늦지 않다.
부실·비리 사학도 문제다. 대학에 대한 지원이, 등록금을 재단 비자금 조성이나 가족 생활비 충당 또는 부동산 확충에 쓰면서 학사 운영은 형편없이 하는 부실·비리 사학을 유지시키는 종잣돈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 사학 운영자들이 속속 복귀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따라서 사학에는 재단 전입금 확대, 학사운영 내실화, 대학의 특성화 및 산학협력 강화, 학교간 통폐합 등 강력한 자구노력을 이끌어내되, 학생들에겐 동일한 조건이 적용돼야 한다.
물론 이보다 중요한 것은 학생들이 굳이 대학 학위의 필요성을 느끼지 않도록 교육체제, 교과과정 등을 바꾸고, 우리 사회가 취업·임금·승진에서 학력 차별을 없애는 일이다. 정치권은 득실이라는 단견을 넘어, 이 나라 백년대계를 바로 세운다는 각오 아래 논의를 발전시키기 바란다. 반값 등록금 문제는 우리의 교육을 바로 세우는 계기가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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