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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은진수씨 ‘알선수재’ 혐의 적용, 문제 있다 |
검찰이 엊그제 은진수 전 감사위원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하면서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의 알선수재 혐의를 적용한 것을 둘러싸고 논란이 일고 있다. 법정형이 7년 이상인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의 알선수뢰 혐의도 가능한데, 징역 5년 이하로 비교적 가벼운 민간인 상대 알선 혐의를 적용한 것은 ‘봐주기’가 아니냐는 것이다. 내용을 들여다보면 충분히 이런 의심을 살 만하다.
우선 은씨의 로비 대상을 민간조직인 금융감독원으로 한정한 것부터가 석연치 않다. 구속영장에는 은씨가 ‘금융감독원 등의 부산저축은행에 대한 검사 강도 및 제재 수준을 완화해 달라는 취지의 청탁을 받았다’고 돼 있다. 그런데 ‘검사’는 공무원 조직이 아닌 금감원의 업무지만 ‘제재’는 공무원 조직인 금융위원회 소관사항이다. 알선한 내용에 금융위 업무도 포함되므로 알선수뢰죄를 적용하는 게 맞다고 봐야 한다.
검찰의 해명도 이해하기 어렵다. 검찰은 ‘검사’ 결과를 토대로 ‘제재’를 하는데 은씨가 청탁받은 내용은 ‘검사’ 업무여서 알선수재 혐의를 적용했다고 한다. 하지만 은씨가 청탁한 금감원장은 금융위의 당연직 위원이어서 ‘제재’와 무관할 수 없다. 또 부산저축은행그룹 로비의 목적이 단순히 ‘검사’ 강도 완화에 있는 게 아니라 최종적으로 퇴출을 막으려는 것이었으므로, 로비가 금융위 업무와 무관하다고 볼 수 없다.
더구나 부산저축은행 사건 수사를 지휘하는 김홍일 대검 중앙수사부장은 은씨와 함께 슬롯머신 사건 수사를 하고, 은씨 아들의 대부를 맡는 등 절친한 관계로 알려져 있다. 검찰 출석 다음날 곧바로 영장을 청구하고, 은씨는 실질심사를 포기하는 등 속전속결로 절차가 진행되는 모양새도 의구심을 더한다. 수사지휘 간부와 친분이 있는 피의자에 대한 수사일수록 오얏나무 밑에서 갓끈을 고쳐매는 잘못을 저지르지 않도록 각별히 조심해야 한다. 국민은 지금 검찰의 일거수일투족을 지켜보고 있다.
수사가 진전되면서 정치권의 목소리가 커지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다. 특히 청와대가 나서서 “민주당 의원이 로비했다”는 등 언론플레이를 하는 듯한 모습은 검찰 수사에 영향을 미치려는 의도로 해석될 수 있다. 민주당도 의혹 제기에 신중해야 한다. 철저 수사 촉구야 야당의 당연한 요구지만 사실관계가 불명확할 경우 자칫 정치공방으로 변질돼 검찰 수사의 초점이 흐려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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