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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1.06.01 18:47 수정 : 2011.06.01 18:47

미국 국방부가 국방과 기간산업에 중대한 손실을 끼치는 외부의 사이버공격을 전쟁행위로 간주해 군사적 반격을 가하는 전략을 수립했다고 한다. 원자로, 송유관, 지하철, 배전관, 방위산업체 등 기간산업의 컴퓨터·인터넷 의존도가 갈수록 높아지면서 이에 대한 사이버공격이 국가 안보나 산업에 치명적인 손상을 가할 가능성이 점차 커지고 있는 현실이니 이해 못할 바도 아니다. 최근 록히드 마틴에 대한 사이버공격 시도가 관심을 끌었지만 미국 주요 군수업체들에 대한 해커들의 공격은 오래전부터 계속돼왔다. 소니 등 주요 기업들에 대한 사이버공격도 잦아졌고 농협과 현대카드 등 우리 기업들도 이미 그 심각한 피해자다. 그런 점에서 대응조처를 서둘러 마련할 필요는 분명히 있다.

하지만 사이버공격을 전쟁행위로 간주하고 거기에 물리적 전쟁으로 보복하는 걸 국가정책으로 선포하는 차원이라면 얘기가 달라진다. 우선 그 실효성이 의심스럽고, 그럼에도 강행된다면 그 위험성이 너무 크다.

무엇보다 이는 강자가 약자를 괴롭히는 일방통행이 되기 십상이다. 설사 약소국이 강대국의 사이버공격을 당한다 해도, 자멸을 각오하지 않고서는 어떻게 무력대응을 시도할 수 있겠는가.

또 사이버공격은 그 진원지를 확정하기 어렵다. 진짜 공격자를 알 수 없거나 알게 돼도 그게 한참 뒤라면 무력보복은 불가능하거나 하더라도 의미가 많이 줄어든다. 예를 들어 농협 전산망 공격이 북한 소행이라고 우리 당국은 잠정적 결론을 내렸으나 결정적 증거는 제시하지 못했다. 이처럼 확증이 없는 추정에 근거해 적을 특정해서 보복전쟁을 벌이게 된다면, 미국의 새 전략에 확정되지 않은 사이버공격 의심 국가가 일방적 피해자가 될 가능성은 상존한다. 미국은 존재하지도 않는 대량살상무기를 개발하고 보유하고 있다며 동맹국과 유엔의 반대까지 무릅쓰며 이라크 침공에 나선 전례도 있다.

그리고 설사 사이버공격 진원지가 밝혀졌다 하더라도 어느 정도의 공격을 무력보복에 나서야 할 전쟁행위로 간주할 것인가. 이것 역시 강자의 자의적 판단에 따른 횡포가 자행될 여지가 크다. 재래전쟁에 관한 기존 국제조약이나 법률에 준하는 국제규칙을 제정하는 것도 차선책은 될 수 있다. 하지만 그것 역시 국제적 협의를 거쳐야지 미국 한 나라가 마음대로 하게 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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