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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한진중공업, 해고요건 강화 대법 판결 유념해야 |
대법원이 노동계의 핵심 현안인 정리해고 문제에서 노동자 생존권 보장에 의미가 있는 판결을 내렸다. 경북 포항의 철강업체인 진방스틸이 노조와 ‘인위적 구조조정은 하지 않겠다’고 고용안정협약을 맺고도 노동자들을 정리해고한 것은 부당하다고 판결한 것이다. 고용안정협약을 정리해고 제약의 주요 근거로 인정한 셈이다. 정리해고를 둘러싸고 파업중인 기업들과 정리해고 문제에 소극적인 노동위원회는 이번 판결의 의미를 깊이 되새겨보기 바란다.
법원은 판결을 통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고용안정협약은 유효하다”며 기업들이 그동안 정리해고의 이유로 삼아온 ‘긴박한 경영상의 이유’를 엄격하게 적용했다. 법원은 긴박한 이유의 요건으로 ‘기업이 존폐위기에 처할 심각한 재정위기의 도래’, ‘예상치 못한 급격한 경영상의 변화’만을 제시했다. 그동안 노동계가 비판해온 경영합리화나 영업실적 부진에 따른 정리해고 관행에 강력히 제동을 건 것이다.
이번 판결이 특히 주목을 끄는 것은 7개월째 총파업이 진행중인 한진중공업 사태에 상당한 시사점을 주기 때문이다. 한진중공업 노사는 2007년 3월 ‘조합원의 정리해고 등 단체협약상 정년을 보장하지 못할 행위를 하지 않는다’는 내용으로, 2010년 2월에는 ‘구조조정을 하지 않는다’는 내용으로 고용안정협약을 체결했다. 이 협약은 회사가 필리핀에 국외법인을 설립함에 따라 노동자들의 고용안정이 불안해질 가능성이 제기돼 맺어졌다.
그럼에도 회사 쪽은 지난 2월 “선박 수주가 없다”며 노조원 170명을 정리해고했다. 필리핀 공장으로 수주를 몰아주고 경영상 위기를 빌미삼아 정리해고를 강행할 것이라던 노동계 우려가 현실화한 것이다. 노조는 지난해 12월 시작한 파업을 여태껏 지속하고 있고, 김진숙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지도위원이 높이 35m의 한진중공업 크레인에서 진행중인 고공농성도 150일에 이르렀다. 노조가 회사로부터 제기당한 손해배상 청구소송 금액만도 50억원이 훌쩍 넘는다.
한진중공업은 이번 판결을 계기로 벼랑 끝에서 더 물러날 곳이 없는 해고노동자들의 복직을 적극 검토해야 한다. 아울러 진방스틸 노동자들의 부당해고 구제신청을 기각한 중앙노동위원회는 사용자 편향성에 대한 자기반성과 함께, 한진중공업 사태의 해결방안 모색에 하루빨리 나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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