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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1.06.02 19:35 수정 : 2011.06.02 19:35

북한이 공개한 남북 비밀접촉 내용은 충격 그 자체다. 국민이 받은 충격의 강도는 현 정부의 대북정책을 지지해온 사람이나 반대해온 쪽 모두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정부의 이중성과 무원칙, 어설픈 일처리와 조급증 등은 벌린 입을 다물지 못하게 한다. 그런데도 청와대를 비롯한 정부의 대응은 불성실하기 짝이 없다. 난처한 일이 벌어질 때마다 되풀이되는 뭉개고 넘어가기 전략이 또다시 발동된 것이다.

우리 정부까지 나서서 남북 비밀접촉 내용을 상세히 밝히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다고 여기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렇게 하면 남북관계를 더욱 악화시킬 뿐이라는 반론도 있을 법하다. 하지만 지금의 상황은 마냥 입을 다문다고 해결될 단계를 이미 넘어섰다. 무엇보다 국민이 겪고 있는 당혹감과 혼란스러움이 너무 크다.

현인택 통일부 장관은 어제 국회 답변에서 “천안함·연평도 포격도발에 대해 북한으로부터 분명한 시인·사과·재발방지 약속을 받아내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으나 그 말을 곧이곧대로 믿을 사람이 몇이나 될지 의문이다. 사과를 받기 위해 비밀회동을 했다는 것부터 앞뒤가 맞지 않는다. 오히려 국민이 듣고 싶어하는 것은 “북측에서 볼 때는 사과가 아니고 남측에서 볼 때는 사과처럼 보이는 절충안”이 무엇을 뜻하는지에 대한 상세한 설명이다. 정부의 모순되고 허둥대는 태도는 오히려 북한 주장의 신빙성만 높여줄 뿐이다.

현시점에서 국민이 가장 알고 싶은 것은 정부의 진정한 대북정책 기조가 무엇인가다. “정상회담에 연연하지 않겠다”는 따위의 정부의 공언이 거짓으로 드러나면서 모든 것이 뒤죽박죽이 돼버렸기 때문이다. 남북정상회담을 국내 정치적 목적으로 활용하려 한 의혹에 대해서도 설명이 있어야 한다. 우리 쪽에서 6월 하순 판문점, 8월 평양, 내년 3월 서울에서 잇달아 정상회담을 열자고 제안한 게 사실이라면 내년 4월 총선 등을 염두에 둔 정치적 포석이라고밖에 달리 해석할 길이 없다.

정부가 나라를 이끌어가는 데 가장 중요한 것은 국민의 신뢰를 얻는 일이다. 그런데 정부는 국민의 뒤통수를 쳐버림으로써 스스로를 심각한 불신의 늪에 가둬버렸다. 그래 놓고도 국민의 이해를 구하고 신뢰를 회복하려는 최소한의 노력마저 외면하고 있다. 아무리 일방통행식 국정운영에 이골이 난 정부라고 해도 너무 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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