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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1.06.03 18:57 수정 : 2011.06.03 18:57

로버트 킹 미국 국무부 북한인권특사가 지난 2일 미 하원 외교위원회 청문회에서 주목할 만한 발언을 했다. 한국 정부가 미국의 대북 식량지원을 “바라지 않는다”는 사실을 공개 석상에서 밝힌 것이다. 그런 뒤 “(미국은) 일부 이슈에 대해선 (한국 정부 견해에) 동의하지 않는다”며, 식량지원에 “정치적인 고려는 하지 않겠다”고 못박았다.

이는 미국의 대북 식량지원 정책이 변화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식량지원이 필요하다고 판단되면 한국이 반대해도 지원을 강행하겠다는 뜻으로 읽히기 때문이다. 이렇게 되면 인도적 지원 분야뿐 아니라 대북관계 전반에 걸쳐 한국의 입지가 위축될 수밖에 없다. 자칫 동맹국과 알력을 빚고 심지어 소외당하는 사태가 빚어질지도 모를 상황이다.

킹 특사가 지원 방식을 상당히 구체적으로 명시한 점도 주목할 대목이다. 그는 쌀처럼 북한군이 전용할 수 있는 식량은 빼고, 한국어를 하는 모니터 요원들을 현장에 배치하며, 한 번에 많은 물량을 주지 않고 천천히 지원할 것이라고 했다. 이는 그동안 우리 정부와 보수세력이 식량지원을 반대하며 내세웠던 이유를 사실상 대부분 해소한 것이다. 이제까지 우리 정부는 지원 식량이 주민이 아닌 군대로 간다는 것, 그리고 식량부족 주장은 사실이 아닌 북의 위장전술일 수 있다는 것을 주요 반대 이유로 내세웠다.

유럽연합이나 유엔 등의 식량지원 움직임도 더는 외면만 할 수 없는 단계에 이르렀다. 유럽연합은 이달 중순까지 현장실사를 끝내기로 돼 있고, 유엔은 산하 3개 기구 공동 실태조사를 벌여 북녘 주민 600만명 이상에게 43만t의 긴급 식량지원이 필요하다고 지난 3월 발표했다. 킹 특사가 파트너 국가 및 공여국들과 긴밀한 조율을 벌이고 있다고 한 것은 이런 조사를 토대로 국제적 합의를 끌어내고 있다는 뜻이다. 국제사회의 이런 흐름을 언제까지 외면만 하고 있을 것인가.

북한이 폭로한 ‘정상회담 비밀접촉’ 내용을 보면, 정부가 이제까지 대북 식량지원을 반대한 것도 북과의 협상을 위한 정치적 고려 때문이 아니었느냐는 의심을 사기에 충분하다. 이번 폭로로 정부의 식량지원 반대는 더욱 명분을 잃게 됐다. 더는 기존 입장을 고집하지 말고 방향을 바꾸기 바란다. 국제사회가 인도적 차원에서 식량지원에 적극 나서는 마당에 같은 민족인 우리가 나 몰라라 하는 건 부끄러운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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