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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이 정도로 전관예우 관행 근절될까 |
정부가 어제 퇴직공직자의 전관예우 관행을 개선하기 위한 공직자윤리법 개정안을 발표했다. 개정안은 퇴직 공직자의 취업제한 규정을 강화하는 동시에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하지 못하도록 하는 행위제한 조항까지 담았다. 전관예우를 뿌리뽑겠다는 정부의 강한 의지가 엿보인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평가할 만하다. 하지만 가벼운 처벌 조항 등으로 실효성이 의문시되는 대목도 적지 않다.
먼저 장차관 및 1급 이상 고위공직자한테 적용할 퇴직 후 행위제한 제도는 규정을 위반했을 경우의 처벌 수위가 너무 낮다. 개정안은 고위공직자가 민간기업의 이해관계에 영향을 주는 행위를 할 경우 100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하게 되어 있다. 하지만 퇴직 후 대형 로펌이나 회계법인에 취업한 고위공직자들을 보면 적게는 수억원, 많게는 10억원이 넘는 연봉을 받는다. 이런 상황에서 로펌 등에 취업한 공직자들이 1000만원의 과태료가 무서워 ‘부당 로비’를 하지 않을지는 의문이다.
행위제한과 관련한 의무보고 제도도 실효성이 의심스럽다. 퇴직한 고위공직자가 특정 민간기업을 위해 자기가 몸담았던 기관을 상대로 부당한 압력을 행사하는데, 이런 사실을 스스로 보고할 턱이 없다. 퇴직 공직자의 부당청탁 등을 근절하려면 선진국처럼 현직 공직자한테 보고의무를 지우는 게 훨씬 효과적이다. 이렇게 하면 현직 공직자에게 퇴직 선배의 부당한 압력을 거부할 수 있는 명분을 줄 수도 있을 것이다.
금융감독원의 경우 취업제한 심사 대상이 되는 유관업무의 범위가 너무 제한적인 게 문제다. 개정안을 보면, 취업제한 심사 대상을 기존 2급 이상 간부급에서 4급 이상 실무급 직원까지 확대하고, 유관업무 제한이 퇴직 전 3년간에서 5년간으로 늘어난다. 그러나 퇴직을 앞두고 금융기관 취업을 위해 이른바 ‘보직세탁’을 하는 관행은 유관업무 기간을 늘린다고 근절되긴 어렵다. 업무연관성 판단 기준을 지나치게 좁게 해석하고 있기 때문이다.
고위공직자와 이른바 권력기관 출신 인사들의 전관예우 관행은 전체 우리 사회를 불신의 늪에 빠뜨리고 있다. 특히 이명박 정부의 집권 후반기 들어서 전관예우 관행에서 비롯된 각종 비리사건들이 끊이지 않고 있다. 이 대통령이 내건 공정사회 구호가 무색할 지경이다. 전관예우에 따른 잡음으로 국정운영이 총체적 위기에 빠지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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