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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한-미 FTA의 이익? 정부가 근거 대라 |
정부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동의안을 지난 주말 국회에 다시 제출했다. 한글본 번역 오류를 수정한 것과 지난해 12월 타결된 재협상 합의 문서를 덧붙여 임시국회에서 재심의하도록 요구한 것이다. 그런데 협정 이행에 따른 예산 증감 추계치 등 경제적 영향을 분석한 자료는 2008년에 낸 것을 하나도 고치지 않고 그대로 첨부했다고 한다. 이는 한-미 자유무역협정의 경제적 득실을 따지지 말라는 태도나 다름없는 것으로, 국회에 대한 모독이다.
국회법은 정부가 국회에 법안을 낼 경우에는 법안 시행에 따른 예산 변동 추계치와 재원 조달 방안을 반드시 첨부하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정부가 애초 객관적인 근거 자료를 주지 않으면 국회 심의는 졸속으로 진행될 수밖에 없다. 정부가 2008년 국회에 처음으로 비준동의안을 낼 때 첨부한 자료는 2007년에 국책 연구기관들이 공동으로 작업한 경제적 효과 분석을 기초로 했다. 당시 연구기관들은 2009년 협정 발효를 전제로, 이른바 ‘연산가능일반균형모델’(CGE)이란 분석모형을 적용해 경제적 기대효과를 추정했다. 논란의 여지는 많지만, 중장기적으로 6% 안팎의 국내총생산(GDP) 증가 효과가 생긴다는 결론이 나왔다. 정부는 이를 국회의 비준동의를 촉구하는 근거로 제시해왔다.
하지만 협정 발효 시점이 크게 늦춰져, 계산을 다시 해야 할 상황이다. 그동안 두 나라의 교역 및 투자 환경이 많이 달라졌고, 2008년 단행한 정부의 감세 조처 등으로 협정 피해 구제대책 등을 위한 재원조달 여건에도 큰 변화가 생겼다. 특히 지난해 12월 정부가 미국과의 굴욕적인 재협상을 통해 자동차 관세 철폐 시한을 4년 연장하고 특별세이프가드(긴급수입제한제도) 도입에 합의함으로써, 협정 내용상으로도 이익의 균형이 많이 무너졌다.
한-미 자유무역협정이 비준동의를 받으면 법률로서 효력을 지니며 국내 경제에 엄청난 영향을 미치게 된다. 세수 증감이 뒤따름은 물론이고, 피해 계층에 대한 구제대책 등으로 적지 않은 예산이 들어간다. 따라서 국회에서 철저하게 경제적 득실을 따져야 한다. 김황식 국무총리도 “한-미 자유무역협정의 경제적 이익에 대해 국민에게 충분히 설명해 공감대를 확산시키겠다”고 밝힌 바 있다. 그렇다면 정부는 ‘경제적 이익’의 근거가 무엇인지부터 다시 밝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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