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설]보금자리 사업이 민간 건설업자 지원용인가 |
정부가 보금자리주택지구 내 민간 건설업체가 집 지을 땅을 원형지 형태로 공급하겠다는 방침을 어제 발표했다. 7월 중 새로 지정될 예정인 보금자리지구 가운데 3~4곳을 원형지 형태로 공급해 부지 조성공사부터 민간에 맡길 예정이다. 이는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까지 훼손하며 추진하는 공공사업을 민간기업 이익사업으로 돌리는 것으로, 보금자리주택 사업의 공적 취지를 훼손할 가능성이 크다.
정부가 보금자리주택 사업에 민간을 참여시키는 명분은 이 사업을 좀더 빨리 추진하기 위해서다. 주된 사업시행자인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재정난으로 사업 추진이 차질을 빚자, 일부라도 민간 건설업체에 맡기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문제의 근본 원인을 개선하지 않은 채 공적 사업을 민간에 넘기면 여러 가지 부작용이 생길 수밖에 없다.
보금자리주택 사업의 진행이 느린 이유는 정부가 애초 너무 무리하게 사업 일정을 짠 탓이 크다. 이명박 대통령이 2009년 8·15 경축사에서 ‘서민을 위한 획기적인 주택정책’을 선언한 뒤로 국토해양부는 2012년까지 12만가구로 되어 있던 그린벨트 내 보금자리주택 공급 목표치를 32만가구로 대폭 늘렸다. 대통령 말 한마디에 2.7배나 물량을 늘린 셈이다. 이후 지금까지 5차에 걸쳐 모두 21곳의 보금자리주택 지구가 선정됐으나, 토지보상 지연 등으로 사업 추진이 차질을 빚고 있다.
사업 내용에도 문제가 많다. 공급되는 주택이 서민한테 맞는 임대주택이 아니라 분양주택 위주다. 서민에게 내집 마련의 꿈을 주기보다 분양주택 투기바람이 일어날 정도다. 정부는 이런 상황에서 개발이익을 원천적으로 환수할 수 있는 장치를 없애고 의무거주 기간과 전매제한만 적용하고 있다. 이는 판교 새도시 개발 사례에서 드러났듯이 집값 안정이나 서민 주거복지에 결코 도움이 될 수 없다.
토지주택공사의 재정난 때문에 공공택지 공급을 일부 민간에 넘기겠다는 발상은 더욱 위험하다. 지난해 말 현재 124조원을 넘어선 토지주택공사의 부채는 공사 쪽의 자구노력만으로 해결할 수 없다. 또 여러 공공택지나 산업단지 조성사업이 차질을 빚고 있다. 그런데도 정부는 국가부채의 급격한 증가를 초래할 우려가 있다며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적어도 공공주택 건설과 관련한 공적 기능을 수행하는 기관의 재정 문제는 공적인 방식으로 풀어야 한다.
기사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