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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북-중 경협, 먼저 있는 그대로 보고 대책 세워야 |
북한과 중국이 어제 압록강 위화도 아래쪽 섬 황금평의 공동개발 착공식을 열었다. 이날 행사에는 북 실세인 장성택 국방위원회 부위원장과 천더밍 중국 상무부장 등 양국 고위관리들이 대거 참석했다. 이는 중국 지방정부와 지역 기업들이 주로 참여해온 북-중 경협이 중앙정부가 주도하는 새로운 차원으로 진화하고 있다는 걸 의미한다. 장 부위원장과 천 부장은 조만간 중국의 창-지-투와 북의 나선특구 개발사업 행사에도 참석할 것이라고 한다.
황금평 공동개발 착공식은 원래 지난달 말로 예정됐다가 연기되는 바람에 갖은 억측을 낳았다. 북-중 간의 이견이나 불화 때문이라는 해석들이 쏟아졌고,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방중 의미조차 그런 시각에 맞춰 평가절하했다. 물론 북-중 경협이 성공할지는 좀더 두고 봐야 할 것이다. 지금 단계에서는 일단 이런 시도를 사실 그대로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북은 지난 6일 노동당 정치국 확대회의를 열어 김 위원장의 방중 결과를 보고·평가했고,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는 황금평과 위화도를 특구로 지정하는 정령을 발표했다. 1981년 이래 30년 만에 정치국 확대회의를 열었고, 그것이 최근의 잇따른 김 위원장 방중과 북-중 경협 강화와 직접 관련된 것이라면, 이를 북의 중대한 전략변화 가능성과 연계지어 판단하는 게 온당하다.
약 열흘간의 착공식 연기를 북-중 사이의 알력이나 불화 탓으로 돌리고, 경협 자체를 별것 아니라거나 또 실패할 것이라며 평가절하하려는 시각은 단견 또는 편견의 소산이라 보지 않을 수 없다. 이는 사실 자체를 제대로 보지 못하게 만든다는 점에서 위험할 뿐만 아니라, 실패로 귀착되고 있는 이제까지의 잘못된 대북정책을 정당화하려는 의도가 담겨 있을 수 있다는 점에서도 더욱 위험하다. 결과적으로 봐도, 이런 시선은 북의 변화나 굴복·붕괴를 끌어내기는커녕 북의 중국 의존과 남북 대립을 심화시켰을 뿐이다. 이를 인정하지 않고 기존 시각을 고집한다면 문제는 더 악화될 뿐이다.
현인택 통일부 장관은 어제 북의 비밀접촉 폭로 파문이 “우리 정부를 곤경에 빠뜨리고 우리 사회의 남남갈등을 조장시키려는 의도”라고 비판하면서 북쪽에 “남북대화의 장”으로 돌아오라고 촉구했다. 실현 가능성도 없는 남북대화를 촉구하기 전에 최근 급변하고 있는 한반도 주변 흐름이나 객관적으로 인식하기를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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