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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1.06.09 19:03 수정 : 2011.06.09 19:03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이 삼성 계열사의 내부 비리를 강하게 질책하고 나섰다. 이 회장은 최근 삼성테크윈 감사 결과를 보고받는 자리에서 “감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거나 부정행위에 대한 처벌을 제대로 하지 않은 것 아니냐”고 세게 야단쳤다고 한다. 이 회장은 어제도 “향응·뇌물도 문제지만 부하직원을 시켜 부정을 저지르게 하는 게 더 큰 문제”라며 “삼성도 그렇지만 다른 데도 똑같다”고 말했다.

이 회장의 발언으로 보면 삼성테크윈 비리는 임직원 공모에 의한 향응 및 뇌물이었을 가능성이 커 보인다. 글로벌 기업인 삼성 내부에 이런 구태의연한 비리가 퍼져 있다면 당연히 바로잡아야 한다. 삼성이 테크윈 사장을 바로 사퇴시키고 비리와 관련된 임직원 수십명을 징계하는 등 신속하고 강도 높게 대처한 것은 잘한 일이다. 테크윈 사태가 삼성그룹 전체에 퍼져 있다는 부정부패를 일소할 수 있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그러나 아무리 뜻이 좋더라도 내부 비리를 이처럼 충격적인 방법으로 처리하는 건 문제가 있다. 짐작건대 비리 자체도 문제지만 이를 통해 내부적으로 긴장감을 높이고 밖으로는 동반성장 주문에 내 코가 석 자라며 피해 가기 위한 뜻도 있어 보인다. 하지만 그의 발언이, 대기업들이 주변을 돌봐야 하고 재벌 총수부터 변해야 한다는 사회적 요구를 희석시키는 쪽으로 작용하는 일은 없어야 할 것이다.

이 회장의 말 한마디에 임기를 3년 남겨둔 대표이사가 사퇴하는 것도 정상은 아니다. 이 회장은 법적 실체가 불분명한 삼성전자 회장직을 맡고 있으며 삼성테크윈 지분은 한 주도 없다. 임기중인 등기이사의 해임은 주주총회에서 3분의 2 이상 동의를 얻어야 할 정도로 까다로운 절차를 거쳐야 한다. 감사 시스템을 확충하기 전에 이러한 전근대적인 지배구조에서 크고 작은 비리가 싹트는 것은 아닌지 돌아봐야 한다.

‘삼성 비자금 사건’에서 밝혀졌듯이 이 회장 자신도 불법행위를 했던 장본인이다. 더욱이 삼성은 국가기관과 공직자 등을 상대로 향응과 뇌물을 제공함으로써 우리 사회를 부패시켜왔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이 회장의 내부 비리에 대한 강도 높은 지적이 진정성 있게 다가오려면 이에 대한 반성과 성찰이 있어야 한다. 외부에 대해서도 향응이나 뇌물을 제공하지 않겠다고 공개 선언을 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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