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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1.06.10 18:56 수정 : 2011.06.10 18:56

이명박 대통령은 지난 4·27 재보궐선거에서 참패한 직후 “선거에 나타난 국민의 뜻을 무겁고 무섭게 받아들여야 한다”고 말했다. 임태희 대통령실장은 선거 결과에 책임을 지는 차원에서 사의를 밝혔다. 여러 언론은 청와대 차원의 대대적인 인적 쇄신을 예상했다. 누가 봐도 그것이 선거 민심을 받아들이기 위한 최소한의 조처였던 까닭이다.

그제 실시한 청와대 개편은 이런 상식적 기대에도 어긋나는 것이다. 한달 보름이나 시간을 끈 지각 개편인데다, 내용도 정무와 홍보 두 수석과 몇몇 비서관급을 바꾸는 데 그쳤다. 대통령실장과 정책 담당 수석들은 고스란히 자리를 유지했다. 국정을 쇄신한다는 애초의 다짐은 슬그머니 사라졌고, 총선 출마자를 정리한다는 쪽으로 개편의 목적이 아예 바뀌고 말았다. 대통령은 얼마 전 개각에서도 문제투성이 인물들을 밀어붙였다. 대통령이 선거에서 패배한 뒤 공허한 수사를 늘어놓다가 제자리로 돌아가고 마는 행태가 이제 일상화돼 버렸다.

이번 개편은 측근들을 재배치한 게 특징이기도 하다. 집권 후반기 레임덕을 막고 그나마 임기를 안정적으로 마쳐보겠다는 뜻으로 읽힌다. 과거 정권도 임기 후반기에 가면 대개 측근 위주로 청와대 진용을 짜곤 했다. 다만 임기 1년9개월 가까이 남겨놓고 비슷한 인사 포석을 한다는 점에서 이명박 정부는 좀더 이른 시기에 레임덕을 맞게 되었다고 할 수 있다.

특히 정무와 홍보, 대변인 중심으로 개편한 것을 보면 당청관계와 언론관계에 관심이 쏠려 있음을 느끼게 된다. 친여 언론들조차 차기 대선주자 쪽으로 관심을 옮겨가고 정권에 거리를 두는 흐름을 의식한 결과로도 보인다. 하지만 권력은 정치권이나 언론을 잘 관리한다고 유지되는 것이 아니다. 그보다는 국정 현안을 챙긴다는 본연의 자세가 흔들리지 않도록 하는 게 중요할 것이다. 가령 교육과학기술부가 반값 등록금 문제와 관련해 책임 있는 정책 대안을 내도록 독려하는 게 청와대가 우선적으로 할 일 아니겠는가.

임기 후반기라고 조급증에 빠져 한건주의로 치닫는 일도 경계해야 한다. 여건을 전혀 조성하지 않고 남북 정상회담을 해보겠다고 달려들었다가 망신을 당한 베이징 비밀접촉 사건의 교훈을 새기기 바란다. 임기 마지막날까지 성실하게 소임을 다하는 것과, 과욕을 절제하는 것을 잘 구분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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