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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청와대 거수기, 검찰 친위부대’로 전락한 한나라당 |
한나라당이 엊그제 의원총회를 통해 대검 중앙수사부 폐지에 사실상 반대하는 쪽으로 의견을 모음으로써 사법개혁이 좌초 위기에 몰렸다. 한나라당은 6월로 끝나는 국회 사법개혁특위의 시한을 연장하자는 주장을 하고 있다. 하지만 검찰 개혁의 핵심 사안을 거부하면서 시한만 연장하자는 것은 개혁 불발의 책임을 모면하려는 꼼수에 불과하다.
돌이켜보면 한나라당이 과연 애초부터 검찰 개혁 의지가 있었는지조차 의심스럽다. 사개특위 6인소위가 처음 판검사 등의 비리를 전담하는 특별수사청을 설치하는 안을 내놓자 검찰 출신 의원들을 중심으로 “비리 수사 기능이 이원화된다”는 등의 이유로 반대론을 폈다. 우여곡절 끝에 최근 사개특위 검찰소위가 중수부 폐지에 다시 합의하자 이번에는 “거악 척결은 어디서 하냐”며 이를 뒤집었다.
엊그제 열린 한나라당 의총에서도 비슷한 주장이 되풀이됐다. 저축은행 수사가 진행되고 있는 시점에 중수부를 없애는 게 부적절하고, 중수부를 대체할 수단이 있어야 한다는 논리였다고 한다. 그러나 중수부가 폐지되는 시점은 법을 통해 얼마든지 저축은행 수사가 끝난 뒤로 조정할 수 있다. 대체수단 역시 특수청 설치 등 여러 대안을 놓고 논의하면 되는 일이다. 애초 특수청 설치에 반대해놓고, 이제 와서 중수부를 폐지하면 거악 척결을 못한다고 주장하는 것은 한마디로 자가당착이다.
한나라당이 이렇게 오락가락한 것은 청와대가 중수부 폐지에 반대한 게 계기가 된 것으로 보인다. 새 원내대표 선출 이후 소장파를 중심으로 당청관계를 바꾸겠다고 했지만 역시 한계가 있음을 적나라하게 드러낸 꼴이 됐다. 과거 민정당 시절부터 ‘육법당’(육사+법조)이란 이름을 얻을 정도로 법조인 출신이 상당수 포진해 사법개혁에 체질적으로 부정적 태도를 보여온 일도 다시 상기하지 않을 수 없다. 115개 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된 사법개혁촉구공동대책위가 성명에서 지적했듯이 한나라당은 “청와대의 거수기, 검찰의 친위부대로 전락했다”고 비판받아도 할 말이 없게 됐다.
검찰 개혁 시도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13대 국회 때부터 시도됐지만 그때마다 검찰과 검찰 출신 의원들의 저항에 부닥쳐 성과를 내지 못했다. 6월까지 여야가 합의안을 만들어내지 못하면 결국 내년 총선에서 국민들이 표로 심판하는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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