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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민주당의 등록금 대안, 원칙은 담았다 |
민주당이 정부 재정에서 5조7000억원가량을 투입해 내년 1학기부터 대학 등록금을 50% 내리는 방안을 어제 발표했다. 우리 등록금이 지나치게 비싸다는 공감대에도 불구하고 정부와 정치권의 대안 논의가 큰 그림 수준에 머물고 있었다. 이런 마당에 민주당이 등록금 인하에 필요한 재원의 규모와 시행 원칙 등을 한걸음 앞서 제시한 점은 평가할 만하다.
민주당의 대안을 보면, 장학금 형태보다는 등록금 고지서상의 절대액을 내리기로 한 점이 눈에 띈다. 또한 국공립대와 사립대를 구분하지 않고 등록금을 동시에 내리기로 했다. 학생의 성적이나 가구 소득 등과 관계없이 제도 개선의 효과가 고루 미치도록 한 것은 바람직하다. 복잡한 적용 기준을 만들 경우 그것이 또다른 차별 기제로 작용할 염려가 있는 까닭이다. 내년 새학기부터 적용하겠다는 것도 적극적인 의지를 기억해둘 만하다.
하지만 재원 문제는 좀더 토론할 여지가 엿보인다. 우선 정부가 계획한 소득세·법인세 감세 철회를 통해 재원을 마련하자는 제안은 공감이 된다. 기왕의 감세 정책은 일자리 창출이나 성장 촉진 효과조차 검증되지 않고 있다. 그 자체로 당연히 철회해야 할 그릇된 정책이다. 하지만 이것만으로 충분한지는 다소 의문이다. 가령 소득세·법인세 감세 철회로 확보되는 세수를 대학 등록금 인하에만 쓴다면 세입과 세출 변동이 어느 정도 맞아떨어질 수도 있다. 하지만 민주당은 보편적 복지를 위한 ‘3+1 묶음’, 즉 반값 등록금 외에 무상 급식·의료·보육과 관련해서도 감세 철회를 언급한 바 있다. 우선 민주당 차원에서 재원 조달 방안을 좀더 다듬어 제시해야 할 이유다.
민주당 대안은 사립대학에 대해서는 대학 구조조정과 연계하여 교부금을 지원하고 지원 조건은 법률로 정하겠다고 했다. 등록금을 재단 비자금 등으로 빼돌려 쓰곤 하는 부실·비리 사학의 문제점을 그대로 둔 채 국고 지원을 늘릴 수 없음은 분명하다. 역시 방향을 옳게 잡았다. 하지만 사학 지원 조건을 법률로 정한다고만 하고 사학 개혁의 구체적인 방향과 추진 일정 등을 언급하지 않은 점은 문제다. 사학 경영의 투명성과 책임성을 확보하는 작업은 국고 지원의 전제조건이거나 지원과 동시에 추진되어야 한다. 사학에서 돈이 허투루 쓰이지 않도록 문제를 철저히 짚어낼 경우 6조원 가까이로 잡은 예산 규모도 줄어들 수 있을 것이다.
민주당은 등록금 문제와 관련해 오락가락하다가 어제 비로소 나름의 원칙을 제시했다. 미흡한 점도 있지만 논의를 구체화하는 계기로서의 의미는 충분하다. 이를 계기로 정치권이 더욱 속도감을 갖고 대안을 논의해주기 바란다. 공소한 이념 논쟁이 아니라 구체적인 실행 방안을 둘러싼 치밀한 논의가 절실히 필요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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