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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중수부, 박태규 수사도 못하면 ‘거악척결’ 자격 없다 |
부산저축은행그룹이 여권 고위인사를 통해 퇴출을 막기 위해 브로커 박태규씨에게 10억원을 건넸다는 진술을 검찰이 확보했다고 한다. 대검 중앙수사부가 부산저축은행그룹 김양 부회장한테서 돈을 받아 박씨에게 전달한 당사자를 불러 전달 경위를 확인하고 자료도 전달받았다니 수사가 핵심에 다가서는 모양새다.
부산저축은행 비리의 정치권 관련 수사는 사실상 이제부터라고 할 수 있다. 그만큼 성역 없이 철저하게 수사하지 않으면 안 된다. 박씨는 검찰 관계자가 “부산저축은행 정관계 로비의 큰 건은 박씨가 전부 다 했다. 그가 잡히지 않으면 로비의 전모를 밝혀내기 어렵다”고 말할 정도로 이 사건의 핵심 인물이다. 조직 폐지 방침에 수사를 중단했던 중수부가 수사를 제대로 하는지 판단하려면 박씨 수사를 봐야 한다고 말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는 부산저축은행이 지난해 6월 삼성꿈나무장학재단과 포스텍으로부터 500억원씩 증자를 받아 유동성 위기를 벗어나는 과정에서 결정적인 구실을 했다. 장래가 불투명한 저축은행에 그 정도 거액을 투자한 것은 경제적 요인만으로 설명할 수 없다는 게 업계의 대체적 분석이다.
이후 퇴출 위기에 몰리자 김 부회장이 여권 실세에 대한 구명 로비를 다시 그에게 부탁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주목할 대목은 1000억원 증자가 성사된 뒤 부산저축은행이 경북 포항의 한 건설회사에 대출을 해주는 과정에 여권의 최고 실세 인사가 개입했는지 여부다.
검찰이 과연 성역 없는 수사를 할 수 있는지 지켜보는 눈이 많다. 우려되는 것은 검찰이 수사 초기 박씨가 캐나다로 달아나도록 내버려둔 부분이다. 중수부가 3월15일 부산저축은행 계열사 5곳을 압수수색했는데 그 직전인 12일께 출국했다니, 누군가 수사 정보를 흘려준 게 아니냐는 의문이 제기되는 건 당연하다. 검찰이 방조했는지는 알 수 없으나 도곡동 땅 실소유주 논란의 열쇠를 쥔 한상률 전 국세청장이 미국으로 달아났던 것과 닮은꼴이란 점에서 걱정스럽다.
검찰은 박씨를 데려오기 위해 인터폴 등에 협조 요청을 했는지, 어떤 노력을 하고 있는지도 확인해주지 않고 있다. 중수부는 ‘거악’을 척결하기 위해 필요한 조직이라고 주장해왔다. 최소한 이 정도 사건은 성역 없이 파헤쳐 실력을 보여야만 중수부 존재의 의미를 주장할 자격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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