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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영수회담을 통해 국정 난제 돌파구를 마련하라 |
손학규 민주당 대표가 반값 등록금 문제 등 민생 경제를 논의하기 위한 영수회담을 제의한 데 대해 청와대가 원칙적인 수용 의사를 밝혔다고 한다. 아직까지는 청와대가 민주당 쪽의 진정성 확인 등을 조건으로 내걸고 있기는 하지만 분위기상 회담 성사 가능성이 어느 때보다 높아 보인다.
이 시점에서 영수회담은 매우 때늦은 감이 있다. 학생과 시민들이 거리로 뛰쳐나온 대학 등록금 문제를 비롯해 물가·일자리 등 민생 문제, 대검 중수부 폐지 등 사법개혁, 한-미 자유무역협정 비준, 교착상태에 빠진 남북관계 등 굵직한 국정 현안이 곳곳에 쌓여 있는데도 정치권은 제 기능을 못하고 있다. 비록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대통령과 야당 대표가 만나 각종 국정 현안을 놓고 허심탄회하게 의견을 나눌 필요성이 절실하다. 회담의 의제니 상대방의 진의 확인이니 하는 따위의 자질구레한 문제를 놓고 티격태격할 때가 아니다. 지난 2월처럼 영수회담 말만 꺼냈다가 국민에게 실망감을 안겨주는 일이 되풀이되지 않기를 바란다.
여권이 최근 신주류와 구주류로 나뉘어 구심점을 잃은 것도 영수회담 개최 필요성을 더한다. 여당의 요즘 돌아가는 모습을 보면 주요 정책에서 어느 장단에 춤을 춰야 할지 모를 때가 많다. 이런 상황에서 여야 협상이나 대화가 제대로 진행될 리 만무하다. 여권의 수장이자 국정 최고지도자인 이명박 대통령은 야당 대표와의 회동을 계기로 대학 등록금 문제 등 중요한 정책 현안들에 대한 여권의 입장부터 명확히 정리할 필요가 있다. 이를 바탕으로 영수회담에서 매듭을 지을 것은 짓고 큰 가닥을 잡을 것은 잡기 바란다. 그래야 여야 협상이 본궤도에 오를 토대가 마련된다.
이 대통령은 2008년 9월 정세균 당시 민주당 대표와의 회동을 끝으로 3년 가까이 야당 대표와 한차례도 회담을 한 적이 없다. 이 대통령의 여의도 정치 경멸증과 야당 무시 병이 아무리 중증이라고 해도 이것은 너무 심하다. 이래 놓고 화합이니 소통이니 국회의 원만한 운영이니 하는 말을 꺼낼 수는 없는 노릇이다. 이제 현실적으로도 이 대통령의 독선적 국정운영에는 한계가 왔다. 영수회담이 열리면 손 대표로서도 정치적 위상 제고 등 부수적 이득이 적지 않을 터이지만 더 큰 이득을 볼 사람은 바로 이 대통령이다. 청와대가 더욱 적극적인 자세로 영수회담에 임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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