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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산은의 우리금융 인수 무산이 주는 교훈 |
정부가 우리금융지주 매각 입찰에 산은금융지주의 참여를 배제하기로 결정했다. 김석동 금융위원장이 어제 국회 정무위원회에 참석해 이런 결정을 발표했고, 강만수 산은지주 회장도 정부 결정에 따르기로 했다. 이로써 산은과 우리금융을 짝짓기해 초대형 은행(메가뱅크)을 만들겠다는 강만수 회장의 꿈은 수포로 돌아갔다. 당연한 결과인데도 소동의 뒤끝이 씁쓸하다. 일개 금융기관 수장의 목소리가 법과 원칙까지 흔들며 소모적인 분란을 일으켰기 때문이다.
정부가 지난 5월17일 발표한 우리금융 재매각 방안은 누가 보더라도 산은에 대한 특혜로 비칠 수밖에 없었다. 대부분의 매각방식을 사실상 산은에 유리하도록 바꿨다. 심지어 공적자금이 투입된 금융지주회사에 대해선 다른 금융지주회사의 지분매입 한도를 낮춰주는 금융지주회사법 시행령 개정까지 추진했다. 산은의 우리금융 인수를 위해 법령 짜맞추기를 시도한 것이다. 이에 대한 여론의 비판이 들끓고 정치권에서도 여야를 가리지 않고 반발하자 결국 금융위가 손을 들었다.
산은의 우리금융 인수는 무산됐지만, 김석동 위원장은 금융지주회사법 시행령 개정 방침을 굽히지 않았다. 이렇게 해야 ‘유효경쟁’을 유도해 공적자금 회수를 극대화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하지만 금융지주회사가 다른 금융지주회사를 자회사로 둘 수 있도록 허용하는 것은 이 법의 취지에 정면으로 어긋난다. 게다가 현재 국내 은행권 금융지주회사 가운데 산은지주 말고는 우리금융을 인수할 의지가 있거나 여력을 가진 곳이 없다. 굳이 법령 개정을 강행해야 할 이유가 없는 셈이다.
자산규모 300조원이 넘는 우리금융그룹의 경영권 향방은 단지 공적자금 회수 극대화만 고려해 결정될 수 없다. 특히 정부 스스로 일정에 얽매여 졸속 매각을 추진해선 안 된다. 국민적 공감대를 바탕으로 투명하고 공정한 절차를 거치는 게 조속한 매각보다 더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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