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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1.06.15 19:00 수정 : 2011.06.15 19:00

6·15 남북공동선언 이후 11년이 흘렀다. 남북의 적대관계를 화해협력 구조로 바꾸기 위한 길을 열었다는 점에서 선언의 의미는 참으로 컸다. 그런데 현 정부가 기왕의 합의들을 지키지 않고 대북 대결태세를 고집한 결과 지금 남북관계는 최악의 상황이다.

한나라당의 북한인권법 제정안은 이와 관련된 그릇된 발상의 집약이라 할 만하다. 이 법의 가장 큰 문제점은 통일부 산하에 북한인권재단을 두고 북한 인권 관련 민간단체 지원을 맡기기로 한 것이다. 그동안 정부 태도로 볼 때 대북 전단 살포 활동 등을 벌이는 단체들을 체계적으로 지원하려는 뜻으로 읽힌다. 북한 인권은 당연히 중요하다. 하지만 정치적 선전활동은 역효과만 낼 뿐이다. 동서독의 경험을 봐도 정부기관이 선전활동에 관여하는 모양새만은 피하는 게 옳다.

북한인권법은 북한 인권 사항을 통일교육 기본계획에 포함하고 초중등 교과서에 반영하도록 노력하기로 했다. 북한 체제의 비효율성과 문제점을 객관적으로 인식하는 것은 필요하다. 그러나 우리 사회에 북한의 실상에 대한 왜곡과 과장이 난무하는 것도 사실이다. 한나라당 제안 취지대로라면 남북 대결주의를 부추기고 북한 인권 문제를 정치화시킬 우려가 있다. 북한 인권 문제를 교육하고 홍보할 때는 동포애라는 관점을 확고하게 반영하는 성숙한 접근이 필요하다.

북한인권기록보존소를 북한인권재단에 설치하도록 한 것도 적절하지 않다. 북한 인권에 관한 기록은 지금도 국가인권위원회와 통일연구원 등에서 담당하고 있다. 그런 터에 통일부 산하에 관련 기구를 새로 만든다면 북한 당국자나 주민을 소추할 자료를 수집하는 것으로 해석되기 쉽다. 일시적으로 불편한 관계라 하더라도 대화를 해야 할 상대방을 두고 공개적으로 소추 자료를 수집하는 것처럼 어리석은 일은 없다.

식량과 의약품 부족으로 고통받는 주민들의 절박한 처지를 외면하면서 북한 인권의 정치적 측면만 강조하는 것도 옳지 않다. 북한 인권을 진정으로 걱정한다면 생존권 차원에서 대북 인도적 지원을 재개하는 게 먼저다. 이와 함께 북한이 스스로 체제를 개방하도록 단계적으로 유도하는 게 북한 주민들의 정치적 권리를 개선하는 데도 가장 빠른 길일 터다. 바로 이런 정신을 담은 6·15선언을 팽개치고, 실효성이 전혀 없는 법률에 매달리는 지금의 현실이 안타까울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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