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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인권침해 ‘반값 등록금 수사’ 당장 중단해야 |
경찰이 ‘반값 등록금’ 실현을 요구하는 집회·시위에 대해 강압적이고 인권침해적인 수사를 벌여 비난을 사고 있다. 지난 10일 시위를 벌여 연행된 대학생 72명 가운데 한 여학생의 경우 브래지어를 벗도록 한 상태에서 수사해 성적 수치심을 느끼게 하였다. 다른 학생들도 미란다 원칙 고지나 영장 제시 등이 없었고, 변호인 참여도 제한당했다고 잇따라 증언하고 있다. 또 집회에 참여한 대학생·시민 100여명에게 무더기로 출석요구서를 발부한 사실도 확인됐다.
경찰의 이런 무리한 과잉수사가 반인권적 잘못임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더욱 근본적인 문제는 경찰이 집회 불허를 통해 표현의 자유를 심각하게 옥죄어 놓고, 집회가 끝나면 참가자들을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집시법) 위반 등의 혐의로 수사하는 행태를 되풀이하는 데 있다. 대학 등록금을 낮추는 일은 국민 절대다수가 원하는 절박한 과제다. 정치권도 여야를 가리지 않고 좋은 방안 찾기에 몰두하고 있다. 그런데도 경찰은 등록금 압박에 허리가 휜 당사자들이 합리적으로 목소리를 낼 수 있는 길을 사실상 봉쇄한 뒤 처벌의 칼만 휘두르려 하고 있다.
경찰의 태도는 스스로 밝힌 등록금 집회 대처 방향과도 어긋난다. 조현오 경찰청장은 며칠 전 “등록금 촛불집회에 대해 무조건 집회 금지를 통고하는 것은 전향적으로 재고하겠다”고 말한 바 있다. 조 청장의 발언은 등록금 집회의 당위성과 사회적 지지를 고려한 데서 나온 것으로 받아들여졌다. 그래 놓고 100여명에게 출석요구서를 발부했고 앞으로도 더 발부한다니, 앞뒤가 달라도 너무 다르다.
마침 국가인권위원회가 어제 경찰 수사의 인권침해 여부에 대한 조사에 들어갔다고 발표했다. 인권위는 여대생 속옷 탈의 등을 철저히 조사해 잘못된 수사관행 근절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 이와 별개로 경찰도 인권침해 재발방지 대책을 마련하고 출석요구서 발부도 당장 중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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