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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수사개시권 명문화’ 검찰 반발 이유 없다 |
검찰과 경찰의 수사권 조정 문제가 다시 불거졌다. 조현오 경찰청장이 지난달 수사권 조정에 대해 “직위를 건다는 자세로 임하라”고 지시한 데 이어 이번엔 검사들이 반발하고 나섰다.
그러나 현재 국회 사법개혁특위에서 진행되는 내용에 비춰 보면 검경의 이런 대응은 모두 아전인수식 과민반응에 불과하다. 지금까지 사개특위에서 여야가 의견을 모은 것은 경찰의 수사개시권을 명문화하고 검찰에 대한 복종의무 조항을 없애되, 검찰의 수사지휘권은 그대로 유지하는 것이 뼈대다. 이런 토대 아래 표현을 다듬어 20일까지 형사소송법과 검찰청법을 고치기로 하고, 총리실 차원의 조정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수사개시권을 명문화한다고 해서 경찰이 독자적인 수사권을 갖게 되는 것이 아니므로 경찰이 이에 과도하게 의미를 부여하는 것은 난센스다. 검찰 역시 경찰이 입건 이전의 ‘내사’를 빌미로 사실상 통제받지 않는 수사를 할 것이라며 지나치게 민감한 반응을 보이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그동안 경찰은 사실상 독자적으로 수사 착수를 해왔으나 법에선 이 부분이 공백으로 남아 있었다. 이를 수사개시권이란 형태로 명문화함으로써 법과 현실의 간격을 메우자는 게 이번 법 개정의 취지다. 또 검찰청법의 ‘검사의 명령에 복종해야 한다’는 표현은 시대착오적이란 지적에 따라 없애기로 한 것이다.
검찰은 수사개시권이 명문화할 경우 경찰이 이를 빌미로 사실상 독자수사권을 행사하려는 게 아니냐는 우려를 하고 있다. 그러나 입건 이전의 내사 단계에서는 아무런 강제수사를 할 수 없고 계좌추적 등도 불가능하다. 긴급감청을 하더라도 나중에 영장을 받아야 하는 등 본격수사 단계에선 결국 검찰의 지휘를 받을 수밖에 없는 구조다. 검찰은 이번에 경찰의 수사개시권을 명문화하는 대신 내사 단계에서도 검찰이 경찰 수사를 통제할 수 있는 방안을 법에 구체화해야 한다는 주장을 폈다고 한다. 기소할 만한 사건인데도 경찰이 사건을 맘대로 내사종결해버리는 등 개시권을 남용·악용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그러나 내사는 기본적으로 형사소송법에 없는 관행상의 절차로 가능한 한 최소화하는 게 맞다. 경찰이 이를 악용할 수 있다고 해서 검찰의 수사지휘권을 구체화하는 방식으로 해결할 사안은 아니다.
사정이 이런데도 검찰이 조직적으로 반발하는 것은 여러모로 지나친 조직이기주의라고 볼 수밖에 없다. 물론 법 개정 이후 수사에 관한 경찰의 재량권이 지금보다 커질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이로 인해 생길 수 있는 권한남용이나 부작용에 대한 책임은 경찰 스스로 감당해야 할 몫이다.
검찰은 권한을 뺏기지 않나 노심초사하고 있을 게 아니라, 어떻게 하면 주어진 권한을 공명정대하게 사용해서 국민의 신뢰를 얻을 수 있을지를 고민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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