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주요메뉴 바로가기

본문

광고

광고

기사본문

등록 : 2011.06.20 19:04 수정 : 2011.06.20 19:04

“조남호 회장님, 제발 우리 얘기를 들어주세요.” 한진중공업 부산 영도조선소 안 35m 높이의 타워크레인에서 167일째 농성중인 김진숙 민주노총 부산본부 지도위원이 <한겨레> 인터뷰에서 한 얘기다. 정리해고를 놓고 6개월째 파업이 진행중인 한진중공업 사태를 풀 열쇠를 쥔 유일한 사람이 조남호 한진중공업 회장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조 회장은 1평이 채 안 되는 크레인 조종실에서 힘겹게 농성을 이어가는 김 지도위원과 170명 해고 조합원들의 간절한 호소에 귀기울이지 않기로 작심한 모양이다. 그는 어제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 “7월2일까지 외국출장을 간다”는 내용의 공문을 제출했다. 22일 열리는 환노위 전체회의와 27일로 예정된 한진중공업 청문회 참석이 불가능하다는 통보다. 조 회장이 나오지 않는다면 환노위 전체회의와 청문회가 ‘속 빈 강정’이 될 게 뻔하다. 특히 그는 한때 전체회의에 참고인으로 출석하겠다는 뜻을 보였다가 태도를 바꿨다고 한다. 노사갈등 차원을 넘어 사회적 핵심 이슈가 된 한진중공업의 최고경영자가 국회 논의를 앞두고 도피성 외국출장을 가는 것이라면 무책임하고 부도덕한 일이 아닐 수 없다.

거듭 강조하거니와 한진중공업 사태의 근본 원인은 ‘경영상의 이유’를 들며 지난 2월 170명을 해고한 회사 쪽에 있다. 지난 10년간 4000억원이 넘는 수익을 올리고, 필리핀 수비크조선소에선 여태껏 선박을 건조하고 있는데도 “2년간 물량 수주가 없었다”며 정리해고를 한 것은 얄팍한 술수에 지나지 않는다. 정리해고 다음날엔 주주들이 174억원을 배당받는 ‘돈잔치’까지 벌였으니 도덕적 해이도 이만저만이 아니다.

게다가 회사 쪽은 구조조정을 하지 않겠다는 내용의 노사간 고용안정협약까지 무시했다. 하지만 대법원은 최근 한진중공업과 유사한 진방스틸의 정리해고에 대해 이유가 없다고 판결했으며, 서울남부지법도 ‘경영상의 이유’를 엄격히 적용해 한국공항공사의 정리해고에 무효 판결을 내렸다. 도덕적으로든 법적으로든 한진중공업의 정리해고는 설득력을 잃어가는 상황이다.

조 회장은 국회 상임위 등에 출석하는 것은 물론, 평화적 사태 해결을 위해 노조와의 협상에 즉각 나서야 한다. 그것이 실추된 ‘사회적 명예’를 회복하는 길이기도 하다. 국회도 한진중공업 사태에 적극 개입해 사회적 갈등 조정자로서의 소임을 다해야 한다.



광고

브랜드 링크

멀티미디어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한겨레 소개 및 약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