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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연임된 반 총장, 남북관계 개선에도 힘쓰길 |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의 연임이 확정됐다. 유엔 사무총장 자리는 큰 문제가 없는 한 대체로 연임하는 것이 그동안의 관례이긴 했다. 지금까지 연임에 실패한 사람은 반미 행보로 미국에 밉보였던 6대 부트로스 부트로스갈리 사무총장이 유일하다. 그렇다고 해서 그의 연임 의미가 반감되는 것은 아니다. 한국 외교관으로 국제기구 최고위직에 올라, 갈채 속에 새로운 임기를 시작하게 된 그의 모습이 자랑스럽다.
반 총장은 첫 임기 초반에 유엔 조직을 장악하지 못해 고전했다고 한다. 하지만 특유의 원만한 성품과 처신으로 엇갈리는 이해관계를 조정하며 나름의 업무 실적을 쌓아온 것으로 평가된다. 그는 유엔이 미얀마·아이티·파키스탄의 자연재해와 수단·소말리아·콩고 지역 분쟁에 나름대로 대처하도록 했으며, 기후변화를 주요 의제로 만드는 데도 힘썼다. 그의 연임에 대해 일찌감치 공감대가 형성된 것은 이런 이유에서다.
하지만 기대에 미치지 못한 점도 적지 않았다. 가령 서방 나라들의 리비아 무력개입이 변질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는데도 유엔에서의 후속 논의는 효과적으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그가 아랍 민주화 문제와 관련해 나름의 구실을 했지만 미국·영국·프랑스 등에 끌려다니는 자세를 벗어나진 못한 셈이다. 한반도 긴장 완화를 위해 북한을 방문하겠다고 한 대목도 지금까지는 실적이 없다.
반 총장은 ‘변화 속의 통합’을 2기 임기의 열쇳말로 제시했다. 이를 위해선 무엇보다 회원국들이 국제 현안에 고루 참여하고 자유로운 공론을 형성하도록 하는 의미에서의 유엔 개혁이 시급할 것이다. 유엔 개혁을 회원국 사이의 분담금 조정과 실무 효율화로만 볼 일이 아닌 셈이다. 중동·북아프리카 민주화와 그밖의 국제분쟁을 해결하는 데 새로운 개혁 원칙을 적극적으로 세워 나가기 바란다. 그가 연임에 대한 부담을 덜어낸 만큼 홀가분한 자세로 소신을 펼치기도 좋을 듯하다.
반 총장이 남북관계를 개선하는 데도 좀더 적극적인 구실을 해줄 것을 기대한다.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은 동북아는 물론 지구촌 평화와도 직결된 문제이고 그는 그 누구보다도 한반도 현안에 정통하다. 세계식량기구 등이 제기하는 인도적 차원의 대북 식량지원 재개가 첫 과제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이미 반 총장은 한국 정부의 태도 변화를 촉구했다. 정부가 긍정적으로 응답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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