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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오 시장, 무상급식 주민투표 지금이라도 거둬야 |
서울시 선거관리위원회가 무상급식 주민투표와 관련해 서울시장만이 공보와 언론매체 등을 이용한 홍보활동을 할 수 있도록 했다. 주민투표법에 따르면 “지방자치단체의 장이 주민투표에 관한 정보와 자료를 제공할 수 있도록 했고, 시교육청이나 지방의회는 그 주체에 해당되지 않는다”는 게 그 이유다.
억지도 이런 억지가 없다. 해당 법규는 자치단체장이 주민투표와 관련해 순수한 행정 관리 업무를 중립적 위치에서 수행하도록 한 것으로 해석하는 게 상식이다. 그런데 지금은 서울시장이 시교육청, 시의회와 갈등을 빚다가 주민투표를 사실상 직접 조직하고 나선 상태다. 다른 주체들의 입은 틀어막고 한쪽 당사자인 시장한테만 독점적인 홍보 기회를 부여하는 것은 민주주의 원리에 정면으로 어긋난다.
사실 무상급식은 그에 대한 주민투표를 어떻게 관리할 것이냐가 아니라, 그 자체로 주민투표 대상이 될 수 없다는 게 본질적인 쟁점이다. 무엇보다 친환경 무상급식은 지난해 6·2 지방선거에서 이 공약을 내건 후보가 당선된 뒤 일선 학교에서 이미 광범위하게 시행되고 있다. 오 시장의 발상은 이미 아이가 태어나 잘 자라고 있는 마당에 아이를 낳을지 말지를 놓고 투표하자는 격이다. 퇴행적이라는 비판이 나오는 까닭이다. 소관을 따져도 무상급식은 교육감이 결정할 영역이고 서울시는 일부 예산을 지원하는 데 그치도록 돼 있다. 그런 업무를 두고 서울시장이 나서서 주민투표에 부치느니 마느니 하는 것 자체가 월권에 가깝다.
게다가 오 시장은 너무 많은 단추를 잘못 끼웠다. 그는 이 문제로 시의회와 다투다가 지난 열달 동안 의회 출석을 거부했다. 설령 견해가 달라도 시민의 대표기관인 의회에 출석해 시정을 성실하게 협의하고, 대화와 타협을 모색하는 게 시장의 당연한 도리다. 막강한 행정권한을 가진 단체장이 지방자치 절차를 외면하고 주민투표를 선동한 행위는 옳지 않다. 적어도 이번 사안에서 주민투표를 주민참여의 확대라고 봐주기 어려운 이유다.
주민투표에 쓰일 예산만 182억원에 이른다고 한다. 33.3% 투표율에 미달해 개표를 못 하고 무산될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도 나온다. 오 시장은 지금이라도 망상을 거두고 주민투표를 철회하기 바란다. 아울러 시민사회 차원에서도 주민투표의 불법부당성을 따져서 예산과 행정력 낭비를 막을 실효적 조처를 강구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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