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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정리해고 해결 못한 채 파업 철회한 한진중 노조 |
한진중공업 노동조합 지도부가 어제 190일 동안 벌여온 총파업을 철회하고 업무 복귀를 결정했다. 노조는 정리해고자 170명 가운데 희망자에 한해 희망퇴직 처우를 적용하고, 노사간 형사고소·고발을 쌍방이 취소하기로 하는 등 4개항을 회사 쪽과 합의하고 파업 철회를 결정했다고 한다. 하지만 파업의 핵심 요구인 ‘정리해고 철회’가 이뤄지지 않은 탓에 김진숙 민주노총 부산지부 지도위원의 타워크레인 농성에 조합원 수십명이 합류하는 등 갈등과 위기감이 되레 증폭된 상황이다. 한진중에선 해고노동자들이 자신의 몸을 크레인 계단에 밧줄로 묶고 “살려달라”고 절규하는 안타까운 광경까지 벌어졌다.
한진중 노조 지도부가 파업을 전격 철회한 것은 법원의 ‘퇴거명령’ 강제대집행에 물리적으로 저항할 경우 공권력이 투입돼 노조가 궤멸 상태에 빠질 가능성을 우려한 때문으로 보인다. 또 6개월이 넘는 장기파업으로 농성 조합원이 이탈하고 생활고가 극심해지는 등 파업 피로감이 커진 것도 영향을 주었을 것이다.
그럼에도 국회가 29일 한진중 조남호 회장 청문회를 열기로 하는 등 한진중 사태를 둘러싼 정치·사회적 관심이 최고조에 이른 상황에서 노조 지도부가 파업 철회에 합의한 것은 아쉬움이 크다. ‘경영상의 이유’를 빌미로 노동자들을 대책 없이 집단해고하는 기업의 부도덕한 힘의 논리가 관철되는 상황이 재현됐기 때문이다. 정치권이 여야 없이 청문회에 합의한 것은 이번 사태의 근본 책임이 회사 쪽에 있다는 뚜렷한 방증이다. 특히 조 회장은 국회 출석을 피하려고 도피성 외유에 나서 공분을 사기도 했다. 시민사회까지 유례없는 ‘희망버스’로 한진중 노동자들을 응원한 터였다. 이런 가운데 노조가 파업 철회를 결정했으니, 국민들이 느끼는 당혹감과 실망감도 적지 않을 것 같다. 민주노총과 금속노조가 조합원 의사를 제대로 모으지 않았다며 유감을 표시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노조 지도부가 파업 철회에 합의했지만 한진중 사태는 끝이 난 게 아니다. 노동자 정리해고는 반드시 철회돼야 할 현재진행형 사안이다. 국회는 조 회장 청문회에서 정리해고의 부당함을 따지고, 만약 조 회장이 출석하지 않으면 고발 조처를 해야 한다. 조 회장 역시 이번 파업 철회로 사태가 일단락됐다고 오판해선 안 되며, 정리해고 문제 해결을 위해 노동자들과 머리를 맞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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