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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종편사 ‘총대’ 메고 나선 한나라당 문방위원들 |
여야가 어제 국회에서 종일 대치했다. 한나라당 소속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들이 한국방송 수신료 인상안을 강행처리하려는 데 맞서 민주당이 문방위 회의실을 점거했다. 여야 원내 지도부 차원에서는 수신료와 미디어렙 법안, 한국방송법 개정안을 8월 임시국회에서 재론하기로 한때 합의했으나, 한나라당 문방위원들의 강경한 자세 때문에 원점으로 돌아갔다.
어제 한나라당 의원들의 태도는 참으로 이해하기 어렵다. 한국방송 수신료는 오랜만에 인상한다고 하지만 한번에 인상률이 40%나 된다. 준조세 성격이 강하고 전기요금에 통합고지되는 까닭에 온 국민한테 부담이 고루 돌아가게 돼 있다. 국회와 시민사회 차원에서 공감대를 형성하지 않은 채로 밀어붙여 보았자 납부 저항을 부를 게 뻔하다. 수신료 인상은 한국방송이 정치적 독립성과 편성의 자율성을 행동으로 보여준 다음에나 논의할 수 있음은 상식이다. 오죽하면 한나라당 원내대표단마저 강행처리에 난색을 표시했겠는가.
미디어렙은 더욱 문제다. 종합편성채널이 올해 하반기 문을 열게 됨에 따라 관련 제도 정비가 시급한 상태다. 종편은 지상파 방송사와 비슷한 영향력을 지닌 것으로 평가된다. 종편사에 직접 광고영업을 허용할 경우 편성을 지렛대로 광고를 강요하는 비뚤어진 행태가 나타날 가능성이 매우 크다. 종편사들의 약탈적 영업으로 중소 언론사가 피해를 입고, 미디어 다양성이 침해될 우려도 크다. 1공영 1민영 체제를 도입해 종편사도 미디어렙을 통해 광고영업을 하도록 하자는 데 시민사회 의견이 집약된 것은 이런 까닭에서다.
그런데 어제 한나라당 문방위원들은 미디어렙 법안과 관련해선 처리 일정조차 안중에 없다는 태도를 보였다. 제도를 정비하지 않고 그대로 두면 종편사가 직접 광고영업을 할 수 있게 되리라는 계산이 작용했을 터다. 이것은 ‘입법 미비’를 통해 종편사에 부당한 특혜를 허용하겠다는 것이다. 입법기관의 책무를 방기한다는 점에서도 옳지 않은 일이다.
어제 한나라당은 문방위원들이 그릇된 방향으로 종편사와 한국방송의 총대를 메고 나서는 반면에, 당 지도부는 무기력함을 드러냈다. 방송 제도는 시민들의 문화생활과 민주주의 공론질서에 심대한 영향을 끼치는 문제다. 한나라당 차원의 성찰이 절실하다. 그렇지 않을 경우 최근의 쇄신 주장도 헛구호로 전락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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