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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전관예우 금지 반대는 변협의 밥그릇 챙기기다 |
퇴직 후 법무법인에 취업한 고위공무원의 보수와 자문기록 등을 법조윤리위에 제출하도록 한 변호사법 시행령 개정안에 대해 대한변호사협회가 반대 의견을 내놓았다고 한다. 그동안 변협이 밝힌 성명 내용과도 배치되고, 전관예우 금지에 대한 국민적 요구에 비춰 봐도 매우 부적절한 태도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최근 입법예고된 변호사법 시행령 개정안은 고위공직자가 법무법인에 취업한 경우 자문·고문 기록과 보수 및 보수 산정 방법 등을 법무부 산하 법조윤리위에 제출하도록 했다. 변협은 자문·고문 기록 공개에 대해 “업무상 취득한 비밀을 지키도록 한 변호사법과 형법에 어긋난다”는 이유로, 보수와 보수 산정 방법 제출 의무에 대해선 “개인의 사적 비밀에 관한 사항을 공개하라는 것은 헌법 위반”이라는 논리로 반대 의견을 밝혔다고 한다.
그러나 변협은 애초 정부의 전관예우 근절방안이 발표된 뒤인 지난 8일 ‘퇴직공직자 전관예우 근절방안에 관한 대한변협의 입장’이란 발표문에서는 “전직 고위공직자의 법무법인 취업 제한 방안에 적극 찬성한다”며 외국계 로펌으로 적용을 확대할 것을 제안하기까지 했다. 그래 놓고 시행령 개정을 구체화해 실행 단계에 들어서자 뒤늦게 전관예우 방지를 위한 핵심적인 내용을 반대하고 나선 것이다.
고위공무원 출신들이 과거의 인맥을 활용해 부적절하거나 불법적인 로비를 펴는 것을 막으려면 최소한 활동 기록과 보수 등 기초사실만이라도 기록으로 남겨둬야 한다. 정당한 자문활동을 하고, 이에 합당한 보수를 받는다면 기록 제출을 꺼릴 아무런 이유가 없다.
이번 개정안은 전관예우의 폐해가 국민적 공분을 사는 바람에 정부가 뒤늦게 조금이나마 손보겠다고 나선 것이다. 변협이 이런 수준의 개정안에 대해서조차 부정적 태도를 보이는 것은 자기 밥그릇 챙기기란 비판을 받을 수밖에 없다. 그렇지 않아도 현 정부 들어 인권상황이 10여년 전으로 후퇴하는 상황에서도 침묵으로 일관하는 변협에 대한 국민들의 시선이 곱지 않다. 변호사법과 대한변협 회칙이 공통적으로 변호사의 사명으로 정하고 있는 ‘인권 옹호’에 전념하지는 못할지라도 최소한 ‘돈만 밝히는 업자들의 이익단체’라는 비아냥은 듣지 말아야 할 것이다. 대형 법무법인 출신이 회장을 맡았더라도 이들에게 휘둘리지 말고 국민과 함께하는 변협이 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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