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설] 때늦은 경제정책 방향 수정, 실행이 담보돼야 |
정부가 어제 발표한 ‘하반기 경제정책 방향과 과제’는 전반적으로 성장보다 안정을 중시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성장 목표는 낮추고 물가관리 목표도 좀더 현실성 있게 조정했다. 성장을 최우선 과제로 삼았던 이명박 정부의 경제정책 기조에 큰 변화가 생긴 것이다. 대내외 경제여건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방향을 튼 측면이 있지만, 어쨌든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을 비롯한 새 경제팀의 결단이 돋보인다. 문제는 방향만 수정했을 뿐 실천이 제대로 될지 의심스럽다는 데 있다.
하반기 정책과제 중에는 실제로 서민에게 도움이 될 만한 안들도 눈에 띈다. 만 5살 이하 어린이에 대한 보육·교육 지원 확대, 고용창출형 투자세액공제제도 도입, 사회서비스산업 진흥법 제정 등이 그렇다. 하지만 부동산정책처럼 서로 모순되는 과제를 제시해 정책의 신뢰를 떨어뜨리는 경우도 있다. 정부는 무주택 서민에게 큰 고통을 주고 있는 전월셋값을 잡겠다면서도, 부동산경기 활성화를 위해 도심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제를 완화하고 뉴타운지구 기반시설 설치비 지원도 늘리겠다고 한다. 도심 재개발·재건축이 동시다발적으로 추진되면, 전세난을 가중시킬 게 뻔하다.
정책 방향과 구체적인 실행 방안이 맞지 않는 경우도 있다. 시장친화형 물가대응 전략을 내세우면서 이미 물건너간 기름값과 통신비의 실질적 인하를 유도하겠다는 방안을 내놓았다. 또 서민 생계비 부담 경감을 강조하면서 대학 등록금 문제와 관련해선 한나라당이 이미 발표한 방안에도 못 미치는 방침을 밝혔다. “대학 등록금 문제는 대학의 자구노력을 중심으로 해결해 나가되, 재정의 지속가능성 등을 고려하고 사회적으로 충분한 논의를 거쳐 해법을 모색하겠다”는 게 전부다.
지금까지 이명박 정부의 경제정책 기조는 성장과 복지가 상충한다는 전제가 깔려 있었다. 그러면서 대기업 수출 확대와 대규모 개발사업 등으로 먼저 성장을 꾀하면 복지는 저절로 해결된다는 ‘트리클 다운’(낙수) 효과를 기대했다. 하지만 이제는 정부 스스로 이런 성장 패러다임의 실패를 인정하고 있다. 그렇다면 성장과 분배의 선순환을 유도할 수 있는 교육 등에 대한 공적투자를 확대해야 한다. 하반기 경제정책 운용방향에서 가장 아쉬운 대목이다.
기사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