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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1.07.03 19:26 수정 : 2011.07.03 19:26

이명박 대통령이 엊그제 “천안함 폭침과 연평도 사태로 불안한 정세가 조성됐지만 우리는 거기에 머물러 있을 수는 없다”고 말했다. 또한 “신뢰를 회복할 수 있도록 진정성과 책임성을 갖고 대화와 협력의 길로 나아가야 한다”고 했다. 언뜻 보면 대북정책 기조를 바꾸겠다는 것 같지만 그게 아닐 수도 있다. 실제로 정부 일부 당국자들은 “6자회담을 재개하기 바라는 국제사회 흐름에 맞춰 우리 정부도 대북정책을 신축성 있게 펴겠다는 것”이라고 해석하는가 하면, 다른 당국자들은 “북한이 더 이상 과거에 매몰되지 말고 천안함·연평도 문제를 깨끗이 사과하라는 뜻”이라고 해석한다.

이런 상황은 정말 문제가 있다. 대통령의 발언을 놓고 우리 당국자들 사이에서도 해석이 엇갈리는데 북한이 무슨 방법으로 이해하고 상응하는 행동을 하겠는가. 한반도 문제 관련 당사국들도 마찬가지로 혼란스러워할 것이다. 대통령의 대외관계 발언은 무엇보다 명료해야 한다. 그래야 상대방한테 오해를 빚지 않고 진의를 전달할 수 있다. 더욱이 현 정부 들어 남북 사이에 불신이 깊어질 대로 깊어진 까닭에, 그 필요성은 더욱 크다.

대통령이 모호한 화법을 구사하는 배경을 짐작하긴 어렵지 않다. 현 정부의 대북 압박 정책은 갈수록 한계가 뚜렷해지고 있다. 북한의 태도 변화를 이끌어내기는커녕 국제사회 흐름이 한반도 문제와 관련해 대화를 다시 하자는 쪽으로 잡혀가면서 오히려 남쪽이 미묘한 처지에 몰리는 형편이다. 정부가 천안함·연평도 문제에 부담을 느끼고 우회적으로 출구를 모색할 필요성을 느끼는 것도 이런 상황 변화 때문이다. 반면에 보수층은 여전히 북쪽한테서 천안함·연평도 사건에 대해 사과를 받아내기 전에는 한 걸음도 나아가선 안 된다고 요구하고 있다. 이런 복잡한 사정과 눈치를 두루 살피다 보니 선문답처럼 알쏭달쏭한 발언을 하게 됐으리라는 것이다.

이 대통령은 임기가 1년 반 정도밖에 남지 않았다. 새로운 대북정책을 세우고 실행하기엔 시간도 부족하다. 이번처럼 모호한 발언으로 안개나 피우고 있을 계제는 더더욱 아니다. 정부가 지금 해야 할 일은 기존 대북정책의 한계를 분명하게 인정하고 남북관계가 더 악화하지 않도록 상황을 안정적으로 관리하는 일이다. 인도적 차원의 식량지원을 재개하고 민간 차원의 교류협력을 활성화하는 게 이를 위한 최소한의 조처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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