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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1.07.05 18:53 수정 : 2011.07.05 18:53

강화도의 해병대 부대에서 병사가 총기를 난사해 장병 4명이 숨지고 2명이 다치는 큰 사고가 일어났다. 사고 자체도 유감스럽지만 ‘기수 열외’라는 폭력적인 조직문화가 배경으로 알려져 더욱 충격적이다.

사고를 저지른 김아무개 상병은 자술서에 “더 이상 구타, 왕따, 기수 열외가 없어야 한다”고 적었다고 한다. 기수 열외는 특정한 사병을 입대 기수에서 배제하는 악습을 말한다. 배제된 사병은 후임병들한테 반말을 듣는 것은 물론이고 심지어 구타도 당한다고 한다. 이 과정에서 피해자는 육체적 고통과 인격 모욕을 포함해 이중삼중의 고통을 받을 것이다. 이것은 도저히 용인될 수 없는 반인권적 폭력행위다.

해병대는 나름대로 강력한 전투력과 단결력을 자랑해왔다. 하지만 그 이면에 일본 제국주의 군대 내무반을 방불케 하는 빗나간 조직문화가 도사리고 있었다는 사실이 놀랍다. 이런 상태에서 강한 군대를 만든다고 해봤자 사상누각이 될 수밖에 없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문제가 된 해병대는 물론, 전체 병영문화의 근본적인 개혁이 필요한 이유다.

이런 문제점은 사병 수준에서 비롯된 것이 아닐 터다. 해병대 지휘부가 군기를 유지한다는 이유로 폭력행위를 관대하게 다뤄왔기 때문에 그릇된 문화가 온존해왔다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로 국가인권위원회는 몇 달 전에도 기수 열외 등의 문제점을 해병대 사단급 부대에 지적하고 개선을 촉구했다고 한다. 하지만 군 지휘부는 아무런 조처를 취하지 않았고 결국 이번과 같은 사고를 빚었다. 당연히 지휘부의 책임을 엄정하게 따져야 한다.

무엇보다 당국은 이번 사건의 진상을 철저하게 조사하고 결과를 투명하게 밝혀야 한다. 군의 특성상 관련된 정보를 은폐할 가능성도 염려된다. 군 쪽에서는 벌써 사고의 구조적 배경보다는 사고를 낸 병사의 개인적 성향이나 기질 탓으로 초점을 돌리려는 낌새가 보인다. 온당하지 못한 태도다. 다행히 국가인권위원회가 직권조사를 병행한다고 하니 기대를 걸어볼 일이다.

최근 군의 사고가 잦다. 해병대의 경우 초병들이 민간항공기를 향해 오인사격을 하는가 하면 지휘부 장군들이 서로 비방하다 구속되는 추문까지 벌어지고 있다. 총체적으로 군 관리에 나사가 풀렸다고 할 수밖에 없다. 천안함·연평도 사건 이후 안보를 강화한다고 요란을 떤 결과가 고작 이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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