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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비정규직 ‘사용 사유 제한’, 적극 검토할 필요 있다 |
민주당이 비정규직 문제에 대한 새로운 타개책을 내놓았다. 민주당 비정규직특별위원회가 어제 국회 토론회에서 발표한 대책은, 비정규직 고용과 관련한 현행법과 제도의 기본 틀을 바꾸자는 내용을 담고 있다. 상시·지속적인 업무에서는 기간제 사용 사유를 제한하고, 고용 형태에 따른 차별을 금지하는 조항을 근로기준법에 신설하자는 게 민주당 안의 핵심이다. 한나라당도 이달 안에 비정규직 대책을 내놓을 예정이다. 갈수록 심각해지는 비정규직 문제를 놓고 모처럼 여야가 생산적인 정책 대결을 벌일 것으로 기대된다.
현행 비정규직법은 결과적으로 비정규직 양산을 부추겨왔다. 민주당 집권기인 2007년 제정된 ‘기간제 및 단시간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은 비정규직 고용을 폭넓게 허용하되, 사후적으로 남용을 방지하고 차별을 규제하는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하지만 사후적으로 비정규직 남용을 방지한 이런 접근 방식은 실제로 아무런 효과를 거두지 못했다. 지난 1년 동안 고용 회복세가 지속되고 있지만 정규직보다는 질 낮은 비정규직 일자리가 더 빠르게 늘고 있다. 임금 및 근로조건에서도 정규직과 격차가 더 벌어졌다. 남용을 방지하고 차별을 시정할 실효성 있는 장치들이 빈약하거나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다는 증거다.
이에 따라 민주당이 고용계약 단계에서부터 비정규직 남용을 억제할 수 있는 방안을 내놓은 것이다. 프랑스와 브라질 등에서는 이미 사용 사유 제한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비정규직 고용을 원칙적으로 제한하되, 휴가 등 합리적 사유가 있을 때만 허용하는 제도다. 우리도 이런 제도를 시행할 경우, 비정규직이 정규직을 대체하는 형태가 아니라 보완하는 형태의 고용으로 바꿀 수 있을 것이다.
비정규직 비중을 줄이고 정규직 일자리를 늘리자는 사회적 공감대는 이미 폭넓게 형성돼 있다. 비정규직 확산에 따른 사회경제적 비용이 너무 큰 탓이다. 얼마 전 한나라당의 이주영 정책위의장도 “비정규직 문제가 너무 심각해서 비정규직을 줄이고 정규직과 차별을 줄이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며 이달 안에 대책을 마련하기로 약속했다. 비정규직 문제에 대한 궁극적이고 구체적인 해법을 놓고 사회적 논의가 무르익고 있는 셈이다. 민주당이 마련한 비정규직 문제 개선안이 그런 논의를 확산하는 불씨가 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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