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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엄격한 처벌로 공기업 학력·학벌 차별 뿌리뽑자 |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의 학력·학벌 차별 실태가 감사원 감사로 확인됐다. 캠코는 대학을 상중하 세 등급으로 나눠 차등 점수를 부여하는 방식의 노골적인 학교등급제까지 적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고졸, 전문대졸, 대학졸 등 학력에 따른 차별도 함께 적용했다. 공기관에서 이런 식의 채용을 제도화했으니, 학력·학벌에 매인 우리 사회의 실상을 짐작하기 어렵지 않다.
주지하다시피, 대학 등록금 문제도 사실 학력·학벌에 의한 차별에서 비롯됐다. 2010년 학력별 임금 격차는 고졸을 100으로 할 때 전문대졸 106.3, 대졸 154.4에 이른다. 격차는 계속 벌어지고 있다. 이런 차별을 받는데 대학 진학을 포기할 사람은 없다. 게다가 대학은 고교등급제, 기업이나 기관은 대학등급제를 적용하고 있으니, 상등급 고교, 상등급 대학 진학을 위한 사교육 창궐과 공교육 추락을 막을 길이 없다. 아울러 상등급 대학들이 ‘갑’의 위치에서 등록금 인상을 선도하는 걸 저지하기도 힘들다.
우리 사회가 이렇게 곪아가고 있는데도, 정부나 정치권은 차별을 제도적으로 금지하는 일에는 소홀하다. 감사원부터 문제다. 캠코의 경우는 지난해 국회에서 문제가 된 사안이다. 그것을 이제야 확인했다고 발표하고, 징계도 ‘주의’에 그쳤다. 억지로 실시한 감사처럼 느껴지는 까닭이다. 차별 철폐 의지가 있다면 캠코 이외에 이미 의혹이 제기된 신용보증기금, 기술보증기금 등을 포함한 다른 공기업으로 감사를 확대해야 했다.
정치권이라고 다르지 않다. 한나라당은 지난해 봄, 학력·학벌에 의한 차별 금지법안을 발의하고도 지금까지 처리하지 않고 있다. 처벌 조항이 모호해 실효성이 의문스럽긴 하지만, 그마저 주춤거리고 있는 것이다. 정부는 지난해 학력차별 완화를 위한 학력규제 개선안을 시행했지만 실효를 거두지 못했다. 지금도 출신 학교 등에 따른 차별을 금지하는 고용정책기본법, 공기업·준정부기관 인사운영지침이 있지만 기관들은 이를 무시한다. 빛 좋은 개살구 꼴이다.
제도의 실효성을 높여야 한다. 이력서에 학력란을 폐지하고, 면접 등에서 출신 학교 따위를 묻는 걸 금지해야 한다. 노동시장 진입 단계(채용)의 차별은 물론 노동 과정(인사, 임금)에서의 차별도 금지해야 한다. 어길 경우, 물론 단호하게 처벌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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