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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1.07.08 08:29 수정 : 2011.07.08 08:29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을 처리하려는 두 나라 국회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미국은 상원 재무위원회가 이행법안 심의에 들어간 데 이어 하원의 세입위원회도 축조심의를 시작했다. 우리 정부와 여당은 8월 임시국회에서 비준동의 절차를 마무리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이런 가운데 정부가 한-미 자유무역협정과의 충돌을 이유로 국내 법률에 따른 제도적 절차를 무시하는 사례가 등장해 파문이 일고 있다.

민주당 박주선 의원실에 따르면, 국토해양부가 주관하는 건설기계 수급조절이 자유무역협정과 충돌한다는 외교통상부의 유권해석 때문에 제동이 걸렸다고 한다. 현행 건설기계관리법에 따라 건설기계 수급조절안을 이달 안에 확정해야 하는데, 자유무역협정문의 ‘서비스의 국경간 거래에 관한 합의 조항’(12조)에 어긋난다는 이유로 정부가 굴착기 등 일부 품목을 조절 대상에서 제외하기로 했다는 것이다.

2009년부터 시행해 오고 있는 건설기계 수급조절은 대부분 영세한 개인사업자인 건설기계 운전자들에겐 적정 운임 확보를 위한 필수적인 제도다. 하지만 외교부는 ‘건설기계 임대서비스의 투입요소를 제한하는 것은 시장접근 의무를 위반하는 것으로 협정 위반이다’라는 의견을 최근 국토부에 대외비로 통보했다. 영세상인 보호를 위해 여야 합의로 마련한 기업형슈퍼마켓(SSM) 규제법안이 한-유럽연합(EU) 자유무역협정과 충돌해 유야무야되고 있는 것처럼, 영세 건설기계 운전자 보호를 위해 이미 시행중인 국내 법률이 아직 국회 비준동의도 받지 않은 한-미 자유무역협정에 밀려 무력화되고 있는 셈이다.

한-미 자유무역협정은 두 나라간 상품과 서비스 교역질서를 바꾸는 데 그치지 않는다. 건설기계 수급조절 제도의 파행에서 보듯이 국민 일상생활과 밀접한 국내 법령과 제도에 광범위한 영향을 미친다. 일부 법률전문가들은 국민경제의 균형 성장과 적정한 소득 분배, 경제주체간 조화를 통한 경제 민주화 등을 위해 국가가 규제와 조정에 나설 수 있도록 하는 헌법 119조를 침해한다고 지적할 정도다. 아무리 개방경제를 지향하며 대외조약을 맺더라도 헌법이 보장하는 최소한 정책공간은 확보되어야 한다. 만약 정부와 여당이 이런 점을 무시하고 일방적으로 한-미 자유무역협정을 밀어붙인다면 국민적 저항을 피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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