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설] 정당성 없는 정략적 무상급식 주민투표 중단해야 |
서울시의회의 전면 무상급식 조례안에 대한 주민투표가 갈수록 혼탁한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 시가 지난 4~10일 서명부 열람과 이의신청을 받은 결과, 모두 805명으로부터 13만건 넘는 이의신청이 들어왔다. 다른 사람의 이름을 도용하는 등 ‘가짜 서명’이 전체 80여만건의 서명부 가운데 무려 17%에 이른다는 의혹이 제기된 것이다. 이런 가운데서도 오세훈 서울시장은 무상급식 주민투표를 정략적으로 활용하겠다는 의도를 노골적으로 밝히고 있다.
가짜로 의심되는 13만여건의 서명이 나왔지만 서울시는 아랑곳하지 않고 오는 25~30일 주민투표를 발의해 8월 말 투표를 강행할 방침이라고 한다. 주민투표 발의 요건인 서울시민 836만명의 5%는 총족시켰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지금까지 드러난 하자만도 그냥 넘길 일이 아니다. 발의 단계에서부터 절차적 정당성을 잃은 주민투표는 행정적 낭비는 물론, 심각한 정치적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기 때문이다. 가짜 의혹이 제기된 서명부에선, 민주당 소속 서울시 구의원이나 10년이 넘도록 무상급식 운동을 펼쳐온 시민단체 활동가의 이름까지 도용됐다니 기가 막힐 일이다.
이번 주민투표의 절차적 문제는 가짜 서명에만 그치지 않는다. 오 시장 주도로 관권 투표운동이 벌어지고 있다는 지적이 끊이질 않고 있다. 현행 주민투표법은 지방의회 의원을 제외한 모든 공무원은 사전 운동, 특히 주민투표에 부쳐진 사항을 지지하거나 반대하게 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그런데 오 시장은 주민투표 청구 서명을 받은 다음날 “무상복지 포퓰리즘을 확산시킬지 종결시킬지를 결정하는 역사적 기로에 섰다”며 공공연하게 사전 선거운동을 하고 있다. 또 어제는 한나라당 서울시당 운영위원회에 참석해 “주민투표에서 승리하면 총선·대선 국면에서 훨씬 유리한 지형을 만드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며 주민투표를 선거공학적으로 활용하겠다는 뜻까지 내비쳤다.
무상급식 찬반 여부를 놓고 주민투표를 하는 게 주민투표 제도의 취지에 맞는지도 의문이다. 대의민주주의를 보완하기 위해 도입된 주민투표 제도를 이런 사안에까지 활용하면 국가 운영에 혼선을 빚게 된다. 가령 국회가 심의·의결한 예산안을 대통령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해서 국민투표에 부친다면 어떻게 되겠는가. 이래저래 명분도 없고 절차적 정당성도 갖추지 못한 ‘오세훈표 주민투표’는 당장 중단해야 한다.
기사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