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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1.07.12 08:26 수정 : 2011.07.12 08:26

대중가요라면 서민의 애환을 반영하고, 세태를 꼬집고 권력 등 가진 자를 풍자하는 건 당연하다. 그러나 김인규 사장의 한국방송에는 용납되지 않는다. 다른 방송은 모두 허용했는데 한국방송만 방송 부적격 판정을 내렸다. 편파 방송, 친일독재세력 찬양, 자사 이익을 위한 도청 의혹 등에 이은 파행이다. 한국방송의 퇴행에 브레이크는 없다.

방송 불가 판정을 받은 곡들은 4대강 정책을 비판하고(‘흐르는 강물처럼’), 용산참사의 잔혹성을 고발하며(‘가혹하고 이기적인’), 족벌 언론의 폐해를 비판한(‘뮤트’) 노래 등이다. 모두 장삼이사가 느끼는 감정이나 생각들이다. 그럼에도 사회갈등을 조장한다느니, 부정적 가치관을 조성한다느니 따위의 터무니없는 이유로 금지 딱지를 붙였다. ‘쥐-20 그림’ 처벌의 대중가요 판이다.

방송 금지의 효력은 다행히 한국방송 전파에 국한된다. 하지만 지난달 여성가족부의 청소년유해매체 판정 결과와 나란히 놓고 생각하면 심란하다. 여성부는 가사 중에 ‘술’이 들어갔다는 이유로 ‘여자와 남자가 이별한 뒤에’에 유해 판정을 내렸다. 문제가 된 것은 고작 “가끔 술 한 잔에 그대 모습 비춰볼게요”였다. 유해 판정을 받으면 19살 이하에겐 판매도 방송도 힘들다. 사실상 퇴출이다. 유신과 5공이 노래에 가한 억압이 떠오르는 까닭이다. 당시 공연윤리위원회는 창작물에 대한 저승사자 구실을 했다. 공륜이 붙인 딱지는 대개 가사 내용이 허무하고 염세적이라느니, 저속하고 퇴폐적이라느니, 사회 통합을 해친다느니 따위였다. ‘동백아가씨’나 ‘독도는 우리 땅’도 그런 이유로 금지 처분을 받았다.

방송사 심의는 표현의 문제에 집중해야 한다. 정부 비판 혹은 세태 풍자를 문제 삼는다면 그건 심의가 아니라 검열이다. 검열이 철폐된 이상 음악의 사회 비판을 금지해선 안 된다. 방송의 공적 기능을 고려해 욕설, 선정성 등 표현을 따져야 할 뿐이다. 한국방송이 2007년 공륜 시절 금지 처분이 내려졌던 노래 가운데 표절곡을 제외하고 대부분 금지 목록에서 제외한 것은 그런 정신에 따른 것이다. 유신과 5공 시절 방송인으로서 잔뼈가 굵었다고 해서 김인규 사장이 공륜 시절로 퇴행하려 해선 안 된다. 그런다고 대중의 비판, 분노, 애환이 줄어들거나 사라지지 않는다. 오히려 더 커지고 깊어질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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