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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형사소송법 개악, 국회가 막아야 |
법무부가 지난해 12월20일 입법예고한 형법·형사소송법 개정안을 놓고 그동안 법조계 안팎에서 비판이 무성했다. 사법협조자 소추면제 및 형벌감면제(플리바게닝), 중요참고인 출석의무제, 사법방해죄 신설 등이 모두 인권침해의 소지가 큰데다 수사편의주의에 흐르고 있다는 것이 일치된 지적이었다. 하지만 국무회의는 그제 개정안을 거의 원안대로 통과시켜버렸다. 법률안에 대한 국민의 의견을 수렴해 반영한다는 입법예고의 취지 자체가 무색해진 것이다.
이번에 국무회의를 통과한 제도는 법무부와 검찰이 지난 10년 동안 줄기차게 도입을 추진해온 ‘숙원사업’이었다. 하지만 이런 문제점 때문에 2007년 형사소송법 개정 논의 때도 배제됐고, 지난 5월3일 열린 국무회의에서도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며 보류된 바 있다. 개정안의 갑작스러운 국무회의 통과를 두고 “검·경 수사권 조정 과정에서 판정패한 검찰에 선물을 안겨준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법무부는 플리바게닝 제도의 경우 미국식 제도와의 혼동을 피하기 위해 ‘내부증언자 불기소처분 및 형벌감면제’로 명칭을 바꾸었다고 하지만 본질은 크게 바뀌지 않았다. 검찰이 수사상 편의를 위해 특정 진술을 강요하거나 피의자를 회유·협박하는 수단으로 악용될 소지가 큰데다 검찰의 불기소처분 남용 위험성도 적지 않다. 참고인 허위진술에 대한 사법방해죄 신설이나, 중요참고인 출석의무제 도입 등은 인권침해의 소지가 더욱 크다. 지금도 검찰은 수사의 단순한 협조자에 불과한 참고인을 고압적·권위적으로 다루는 일이 비일비재한 형편이다. 진술거부권이나 변호인 선임권을 보장받지 못하는 참고인들이 자칫 피의자들보다도 훨씬 못한 대우를 받을 가능성도 있다.
우리 검찰의 가장 큰 문제는 과도하게 비대한 권한에 비해 인권의식, 공정성, 중립성 등이 현저히 떨어진다는 점이다. 표적 수사, 편의주의 수사, 기소재량권 남용 등에 대한 비판이 끊이지 않으면서 검찰 권한을 축소해야 한다는 국민적 공감대도 커지고 있다. 그런데 이번 개정안은 오히려 이런 국민적 바람에 역행해 검찰에 새로운 날개를 달아준 꼴이다. 이제 형법·형사소송법 개악을 막고 국민의 인권을 보호해야 할 책임은 국회의 몫이 됐다. 특히 한나라당 새 지도부는 행정부의 거수기 노릇을 하지 않겠다는 다짐이 빈말이 아님을 보여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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