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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1.07.18 19:09 수정 : 2011.07.18 19:09

총기 사고와 함께 참혹한 반인권적 병영생활의 문제점을 드러냈던 해병대가 어제 ‘병영문화 혁신 토론회’를 열었다. 토론회에서 해병대는 기수열외(왕따)와 구타, 총기·탄약 관리 소홀 및 무단음주 등과 함께 ‘초급 간부의 리더십 미흡 및 책임의식 결여’를 이번 사고의 3대 원인으로 꼽았다. 뼈를 깎는 각오로 해병대가 거듭 태어나겠다고 말은 하지만 결국 아랫사람들한테 책임을 떠넘기고 여론의 화살을 피해보려는 인상이 짙게 풍긴다. 문제를 일으킨 사병과 함께 소초장(중위)을 구속하고 대대장과 연대장을 보직해임한 데 그친 후속조처도 이런 인식의 발로가 아닌가 궁금하다.

사실 이번 사고는 대표적으로 군 지휘부가 초래한 측면이 크다. 국방부는 몇달 전 해병대에 대한 자체 감사를 통해 기수열외 등의 문제를 지적했다. 하지만 해병대와 국방부 어느 쪽도 실효성 있는 개선 노력을 하지 않았다. 지휘부의 책임을 물어야 할 일차적인 까닭은 이것이다.

현 정부에서 군 인권 개념과 병영문화가 크게 후퇴한 것도 이번 사고와 관련이 깊다고 봐야 한다. 가령 국방부는 전임 정부 시절 장병 인권을 증진하기 위해 군인복무기본법을 제정하겠다고 입법예고했다가 정권이 바뀐 뒤 유야무야해버렸다. 대신에 전투형 부대를 만든다는 구호 아래 몸으로 때우는 훈련 강도만 높였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장병들이 눈치를 보느라 부대 도서관이나 사이버 지식정보방 이용률도 크게 떨어졌다고 한다. 전력 증강과 무관하게 병사들의 피로도를 높일 퇴행적 조처만 난무했던 셈이다.

김관진 국방장관은 지휘서신을 통해 “사고에 대한 시각을 바꿔야 한다. 단순히 사고 유무와 건수로 지휘관과 부대를 평가하는 관행을 없애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장관이 이런 식으로 나오는데 사고가 빈발하지 않는다면 오히려 이상할 것이다. 얼마 전에는 유낙준 해병대 사령관이 이번 사고와 관련해 사의를 밝혔다가 언론에 보도되자, 뜻을 뒤집는 일마저 벌어졌다. 책임을 회피하는 모습이 꼴사납다. 어제 해병대 토론회에서는 가혹행위를 저지르는 장병한테 해병 고유의 붉은 명찰을 떼도록 하는 등의 갖가지 병영생활 ‘개선책’이 제시됐다. 신발 위로 아무리 긁어보았자 가려운 문제가 해결될 수 없다. 먼저 군 지휘부의 책임을 엄정하게 물은 뒤 군 인권 개선책을 근본적으로 재론하는 게 옳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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