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주요메뉴 바로가기

본문

광고

광고

기사본문

등록 : 2011.07.19 18:51 수정 : 2011.07.19 18:51

경찰이 오래전부터 집회·시위 참가자들의 사진을 찍어 영상판독 시스템에 입력해 관리해왔다고 한다. 인권침해 가능성이 매우 크다는 점에서 대단히 우려스러운 일이다.

우선 경찰이 시위 참가자 등의 얼굴 사진을 마구잡이로 촬영해 대규모로 자료를 수집해놓은 사실 자체가 인권침해의 소지가 있다. 헌법 10조에 규정된 인격권은 개인의 초상권을 포함하는 개념이고, 여기에는 촬영 거절권도 해당한다. 물론 사법적 목적을 위해서는 본인 동의 없이 촬영할 수 있으나, 어디까지나 사법작용을 위해 필요한 최소한도에 그쳐야 한다. 1999년의 대법원 판례 역시 “증거보전의 필요성 및 긴급성이 있고, 일반적으로 허용되는 상당한 방법에 의하여 촬영을 한 경우”에 한해 영장 없는 촬영을 허용할 정도로 엄격하게 그 범위를 제한하고 있다. 수만명을 모두 잠재적 우범자로 간주하는, 지금과 같은 방식의 사진자료 수집은 법적 타당성을 가질 수 없다.

더구나 “합법 집회라도 불법 집회로 변질될 수 있다”는 이유로 합법·비합법을 가리지 않고 대부분의 집회와 시위 참가자를 마구잡이로 촬영하는 방식은 분명 ‘과잉채증’이요 권한 남용이다.

영상판독 시스템을 ‘채증활동규칙’이라는 경찰청 예규를 근거로 운영하고 있는 것도 문제다. 3급 비밀이란 이유로 내용을 공개하지 않아 경찰이 어떤 기준으로 어디까지 채증을 하고 있는지 알려지지 않고 있다. 국민들의 헌법상 권리인 인격권 및 초상권의 본질적 내용을 침해하는 행위인 이상 규칙이 아니라 법률 수준의 근거규정이 있어야 하고, 입법 과정에서 그 필요성에 대해 국민적 검증 절차를 반드시 거쳐야 한다.

영상판독 시스템 활용 과정에서, 도로교통법상 운전자의 면허나 교통사고 관련 정보를 종합하기 위해 만든 운전면허증 전산시스템을 집시법 위반자 검거에 활용하는 것도 탈법의 소지가 있다. 안면인식 시스템도 인권침해 가능성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무엇보다 마구잡이 사진촬영은 국민들의 집회·시위 등을 통한 표현의 자유를 심각하게 저해할 수 있다는 점에서 위헌의 소지가 크다.

형사소송법 개정으로 경찰의 수사개시권이 법적 근거를 갖게 됐고 대통령령 개정을 앞두고 있다. 경찰이 독자적 내사권을 제대로 보장받기 위해서라도 과거의 후진적인 인권의식에서 벗어나야 한다.



광고

브랜드 링크

멀티미디어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한겨레 소개 및 약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