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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한 극우 광신주의자가 파괴한 노르웨이의 평화 |
노르웨이 정부청사에 대한 차량폭탄 테러와 청소년 캠프에서의 총기 난사로 100명 가까이 희생됐다. 특히 희생자가 많았던 캠프는 오로지 더 나은 세상을 꿈꾸고 토론하는 청소년들의 자리였다. 2차 세계대전 후 서유럽 최악의 이 테러 앞에서 세계는 깊은 충격과 슬픔에 잠겼다. 특히 평화와 인권을 선도해온 노르웨이에서 벌어진 일이기에 충격은 더욱 크다.
범인은 종교적 기독교 근본주의, 정치적 극우 민족주의 그리고 문화적 순혈주의를 신봉했다고 한다. 평소 정부의 다문화주의와 관대한 이민정책을 비판하고, 이슬람에 대한 증오감을 표시해왔다. 다름을 인정하지 않고, 배타심과 증오와 공격성 등 광기에 사로잡힌 인물이다. 극우 인종주의가 얼마나 파괴적인지 웅변하는 사건인 셈이다. 유대인을 학살한 히틀러도 극우 민족주의자였고, 1995년 168명이 죽고 600여명이 다친 미국 오클라호마 연방청사 폭탄테러범은 종교적 광신자였으며, 9·11테러는 이슬람 근본주의자가 저질렀다.
더욱 두려운 것은 장기적인 경기침체와 고착되는 고실업 사회로 말미암아 유럽 등지에서 극우주의가 확산되고 정치적 힘도 키우고 있다는 사실이다. 지난 4월 핀란드 총선에선 우파 민족주의 정당인 ‘진짜 핀란드인’이 19%나 득표(3년 전 4.1%)했다. 지난해 스웨덴 총선에선 극우 정당 스웨덴민주당이 처음으로 원내에 진출했다. 이번 사건이 난 노르웨이 역시 2009년 총선에서 이민 규제를 내건 우파 진보당이 22.9%의 득표율로 약진했다. 용의자는 이런 정당에 대해서도 반이민 정책, 반이슬람 정책이 선명하지 않다며 탈당했다고 한다. “더 급진적인 수단이 필요하다”고 말하는 그런 종류의 사람들이 급속히 늘고 있다고 하니, 2차대전과 이후 수많은 인종청소의 악몽이 떠오른다. 그들이 추구하는 건 이번 사건처럼 민주주의와 평화, 관용과 인권의 파괴다.
그렇다고 “그런 협박에 굴하거나 위축되어선 안” 된다.(토르비에른 야글란 노벨상위원회 위원장) 이런 극우 인종주의자들이 사회에 발 붙이지 못하도록 해야지, ‘그저 울 수밖에 없는’(핀란드 알렉산데르 스투브 유럽담당 장관) 상황이라고, 광기에 맞서는 싸움에서 손을 놔선 안 된다. 지금도 극단주의자들은 더 전문화되고 공격적인 방법으로 평화를 파괴하려 한다고 유럽 인터폴은 경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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