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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대안주유소가 진정한 ‘대안’이 되게 하려면 |
정부가 기름값 인하 방안의 하나로 ‘대안주유소’를 추진하겠다고 해 논란이 일고 있다. 사회적 기업 형태의 대안주유소는 상업적 이익을 배제해 기존 주유소보다 싼값에 기름을 공급하는 주유소다. 부지 매입비 등 초기 투자비를 공공기관이 부담하고, 직접 주유 등을 통해 원가를 최대한 줄이면 기존 주유소보다 ℓ당 70~100원 판매가격(휘발유 기준)을 낮출 수 있다는 게 정부의 기대다. 치솟는 기름값 부담을 덜 수 있다면 이런 구상은 환영할 일이다. 문제는 얼마나 많은 대안주유소를 세울 수 있을지, 또 실제 기름값 인하 효과를 낼 수 있을지 여부다.
대안주유소가 기름값 선도 기능을 갖추려면 적정 시장점유율을 확보해야 한다. 지식경제부는 장기적으로 전체 주유소의 10%(약 1300개) 선까지 늘린다는 목표를 세웠는데, 실제 달성할 수 있을지 회의적인 시각이 많다. 무엇보다 기존 주유소가 전국적으로 1만3000곳에 이르러 포화상태라는 게 문제다. 곳에 따라 편차가 있지만, 통계청 조사로 2008년 기준 전국 주유소의 평균 영업이익률은 고작 3% 남짓이다. 이런 상태에서 사실상 정부 보조금을 받는 대안주유소가 들어서면 그만큼 파산 위기에 몰리는 영세주유소들이 생긴다.
대안주유소의 제품 조달 계획에도 문제가 있다. 정부는 석유공사가 국제시장에서 직접 사들여 공급한다는 구상을 밝혔는데, 이는 그동안 석유 수급 정책의 기조로 삼아온 ‘소비지 정제주의’를 훼손할 가능성이 크다. 기름이 나오지 않는 나라에선 대부분 자국 정제 제품으로 수급 안정을 최대한 꾀한 다음 국제시장에서 유통되는 제품은 보완수단으로만 활용하고 있다.
대안주유소 구상의 기본 취지는 치솟는 기름값 때문에 고통을 받는 서민들의 부담을 덜어주자는 데 있다. 그렇다면 당장 시행할 수 있는 방안을 찾는 게 낫다. 유류세를 내려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지만, 일률적인 기름값 인하는 기름 소비 증가로 이어져 경상수지가 나빠질 수 있다. 오히려 서민한테는 정부의 직접 보조가 더 바람직하다. 예컨대 2008년에 시행한 생계형 운전자에 대한 유가환급금 등이다. 매달 일정액의 에너지 바우처나 할인쿠폰을 지급하는 것도 검토해볼 만하다. 쉬운 길 놔두고 괜히 어렵고 복잡한 길을 찾을 필요는 없다. 대안주유소의 취지에 충실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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