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설] 큰비만 오면 마비되는 디자인 서울의 ‘겉치레’ 시장 |
중서부 지역을 휩쓴 집중호우로 수십명이 숨졌고, 수도 서울의 기능이 다시 또 마비됐다. 특히 서울에선 전례가 드문 대형 산사태가 발생해 여럿 사망하고, 백수십 가구가 토사에 휩쓸렸다. 광화문~세종로 일대는 침수됐고, 강남역과 홍대입구역 인근도 개천으로 변했다. 관악구에선 시간당 최고 110㎜ 이상 쏟아졌고, 26일부터 424㎜(동대문)가 내렸다니, 하늘이 원망스럽긴 하다. 그러나 하늘만 탓할 일은 아니다. 평균 시간당 강우량은 60㎜ 정도로, 5년 빈도다. 지난해 추석 밑 광화문 일대가 물바다로 됐을 때는 73.5㎜였다. 폭우이긴 하지만, 도심이 엉망진창이 될 정도는 아니다. 하늘이 아니라 사람을 탓해 마땅한 일이다.
서울시는 바로 엊그제 슈퍼 태풍이 2~3개 오더라도 지하철역이 침수되거나 지하철이 서는 일은 없도록 조처했다고 자랑했다. 그러나 하루 만에 분당선이 멈추고, 오류역 등 주요 지하철역이 물에 잠겼다. 지난해 광화문 물난리 때 내놨던 대심도 빗물배수터널, 저류시설, 하수관 확충 등의 대책은 어느 것 하나 제대로 된 게 없다. 청계천 설계 결함도 지적됐지만, 아예 손도 대지 않았다. 복개천 때 청계천은 광화문 일대의 빗물이 빠져나가는 통로였지만 지금은 그 기능을 상실했다. 광화문 물난리는 전 시장의 부실 공사와 현 시장의 태만 탓이다.
서울시는 또 ‘100년 빈도’ 운운하며 빠져나갈 궁리를 하는 듯하다. 관악구에 내린 비는 그 빈도가 맞다. 그러나 정작 사고가 나거나 기능이 마비된 곳은 엉뚱한 곳이다. 하수 유입구가 막혔거나, 하수관에 퇴적물이 쌓여 있는 등 하수관 정비조차 제대로 돼 있지 않았던 셈이다. 하수관의 처리량이 부족했다면 서둘러 확충했어야 했다. 200년 빈도, 100년 빈도 핑계를 댈 것이 아니라, 기후변화로 그런 폭우가 잦아지는 만큼 대비를 철저히 했어야 했다.
하지만 오세훈 시장은 그동안 개인의 정치일정 관리에 전념했다. 무상급식 반대 주민투표 등 서울시정과 무관한 정치행사에 매몰돼 있고, 감사원마저 재고를 요구한 한강르네상스에 수천억원씩 쏟아붓는가 하면, 광화문광장 등 주요 시설 겉치장에 수백억원씩 퍼부었다. 정작 수방예산은 지난해 66억원뿐이었다.(2005년은 641억원) 오 시장의 대오각성을 요구하지 않을 수 없는 까닭이다.
기사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