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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기상변화 대비해 방재 기준 대폭 높여야 |
중부지방에 지난 26일부터 이틀간 쏟아진 폭우로 예상 밖의 큰 인명피해가 나고 도시 기능이 마비됐다. 당국은 1907년 기상관측이 시작된 이래 최대의 폭우라고 변명하지만 하늘 탓만은 아니다. 큰 피해를 낳은 서울 우면산 산사태와 도심 홍수는 기상 상황의 변화에 따라가지 못하는 재난대책과 무분별한 개발 및 부실한 관리에서 비롯됐다. 폭우 등 기상이변이 일상화된 상황에서 도시의 취약성이 드러난 만큼 안전과 방재 기준을 대폭 높여야 한다.
기상청 장마백서를 보면, 1990년 이후 20년간 12시간 동안 150㎜ 이상의 폭우가 쏟아진 빈도가 그 이전에 비해 60% 증가했다. 지난해만 해도 추석 머리에 집중호우로 서울 도심이 물바다로 변하고 우면산에 산사태가 나는 등 큰 피해를 입었다. 지구온난화 영향으로 스콜 같은 게릴라성 폭우가 부쩍 잦아진 만큼 이를 일반변수로 여기는 일상적인 대비가 필요하다. 지금의 도시계획으로는 하수도에서 감당할 수 있는 강수량이 최대 30년 빈도에 불과하다. 이번 집중호우처럼 100년 빈도의 비가 내리면 고스란히 피해를 입을 수밖에 없다.
우면산 산사태는 서초구청이 추진한 산중턱 생태공원 조성공사가 주요 원인으로 지적된다. 안전을 고려하지 않고 미관을 앞세워 위험한 경사로에 목재계단과 인공호수, 심지어 물길을 바꾸어 인공계곡까지 만들었으니 화를 자초한 셈이다. 지방자치단체장과 개발이익을 노린 부동산업자들의 과욕으로 빚어진 일로, 이런 산림 절개지역이 서울만 해도 70여곳에 이른다고 한다. 산림청, 행정안전부, 국토해양부 등 관련부처가 종합적 기준을 마련하고 관리를 강화해야 한다. 막개발을 막고, 공사를 할 때는 사전에 재해대책을 세우는 등 안전대책 강화가 필요하다.
서울 강남은 지대가 낮은데다 도로 포장률이 높고 건물이 빽빽해 물이 빠질 곳이 없어 물바다가 될 수밖에 없었다. 물을 담는 저류시설 공사를 하고 있지만 빗물이 땅에 스며들도록 빗물 투수층 도로와 인도 조성 같은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 강남뿐 아니라 광화문 일대 등 도심 곳곳이 물난리를 겪은 데는 디자인거리 명목으로 대리석과 콘크리트로 바닥을 덮은 서울시의 전시행정 책임이 크다.
도시계획을 세울 때부터 집중호우 등 예측하기 어려운 자연재해에 대비하고, 재해 민감지역을 선정해 관리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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