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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강정 해군기지 논란, ‘민주주의 회복’이 관건이다 |
제주도 ‘강정마을 해군기지’의 시비를 일도양단하기란 쉽지 않다. 평화의 섬을 추구해온 제주도, 특히 절대보전지역인 강정마을에 군사기지를 설립하는 건 결단코 바람직하지 않다. 하지만 통상국가인 한국이 요충지인 제주도를 활용하는 문제를 덮어놓고 반대하는 것도 힘들다. 게다가 기지를 설립할 경우 예상되는 부작용에 대한 판단도 쉽지 않다. 그러나 강정마을에 기지를 건설하기까지의 과정은 비민주적이었고, 독단적이었으며, 폭력적이었다는 사실만큼은 부정할 수 없다. 엊그제 제주도와 제주도의회가 뒤늦게 해군기지 건설에 대한 제주도 차원의 논의의 틀을 마련하기로 한 것은 이에 대한 반성일 것이다.
제주도 기지 건설 문제는 사실 오래전에 제기됐지만, 본격적인 논의는 없었다. 그저 통상국가로서 생명줄과도 같은 동중국해-남중국해로 이어지는 해상교통로의 안정적 확보 차원에서 필요하다는 주장만 거두절미된 채 제기됐다. 그러나 미국·일본과 중국 등 강대국이 대치하는 곳에서 우리 해군기지가 얼마나 균형자적 기능을 할지 회의적인 시각도 만만치 않았다. 게다가 이 기지가 미군의 대중국 봉쇄 전략에 이용될 경우, 제주도는 분쟁의 화약고가 될 것이란 우려도 제기됐다.
4·3 비극을 경험한 제주도로선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그러나 이에 대한 논의가 선행되지 않은 상태에서, 정부는 일부 주민을 회유하고 매수한 뒤 단 5%의 찬성하는 주민만을 불러모은 주민총회를 근거로 토지 수용을 강행했다. 그러니 90%에 이르는 주민이 좌시할 리 없다. 그러나 정부는 이들을 구속, 수억원대 손해배상소송, 업무방해 형사고발 등으로 제압하려 했다. 이제는 공권력으로 진압하려 하고 있다. 그야말로 4·3 항쟁의 축소판인 것이다.
이제 선택은 하나다. 지난 4년 허송세월한 책임은, 민주주의를 부정하고 국가폭력을 자행한 정부에 있다. 이제부터는 제주도와 주민들의 민주적 의견수렴 과정을 지켜보며 그 결과를 존중해야 한다. 설득하고 이해시킬 순 있겠지만, 공권력을 앞세워선 안 된다. 옌스 스톨텐베르그 노르웨이 총리의 말처럼 “더 강한 민주주의와 관용”만큼 강한 것은 없다. 기지 건설 반대를 김정일 꼭두각시라는 식으로 단죄하는 한나라당 김무성 의원과 같은 발상은 노르웨이 학살범 브레이비크가 꿈꾸는 국가주의 사회를 만들자는 것과 다르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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