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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1년여 만의 북-미 접촉, 6자회담으로 이어지길 |
지난 주말의 북-미 고위급회담 결과가 나쁘지 않은 것 같다. 상호 진의 탐색용 예비회담이라고 애초에 밝힌 대로 구체적인 성과를 내놓진 않았다. 하지만 양쪽 대표들의 회담 뒤 총평은 희망적이다. 이에 따라 대화 지속과 6자회담 재개에 대한 전망도 한층 밝아졌다.
스티븐 보즈워스 미국 대북정책 특별대표는 “이번 대화는 북한이 구체적이고 불가역적인 비핵화 조처를 취할 의지가 있는지를 탐색하기 위한 자리였다”며 “그 점에서 이번 대화는 건설적이고 실무적이었다”고 밝혔다. 아울러 다음 단계를 위해 6자회담 파트너들과 협의하겠다고 했다. 북이 비핵화와 관련해 미국이 협상을 계속해도 괜찮겠다고 받아들일 만한 내용이나 자세를 보여준 듯하다. 김계관 북한 외무성 제1부상도 “회담이 매우 건설적이고 실무적이었다”며 “앞으로 계속 연계해 나가겠다”고 했다. 북은 아마도 평화회담 논의, 북-미 관계 정상화, 제재 해제, 식량지원 등과 관련한 카드들도 꺼내놨을 것이고, 이에 대한 미국의 반응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인 듯하다.
하지만 북핵문제가 복잡하고 남북관계와도 얽혀 있는 만큼 일이 일사천리로 진행되진 않을 것이다. 그렇다고 마냥 늘어질 것 같지도 않다. 내년 대선을 앞둔 미국 오바마 정권이 대북 전략적 인내·무관심 정책을 재검토할 조짐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6자회담 재개를 줄곧 촉구해온 중국도 이를 반길 것이다. 위성락 남쪽 수석대표는 북-미 접촉 다음 단계가 “몇 주 내에 마련될 것”이라며 “우리는 지금 새로운 대화 국면으로 옮겨가고 있다”고 말했다.
이번 북-미 접촉은 아세안지역포럼(ARF)에서 남-북 접촉이 성사된 지 1주일 만에 이뤄졌다. 이는 6자회담 당사국들이 이미 합의한 6자회담 재개 3단계 방안의 제2단계에 해당한다. 1단계가 성사되자마자 서둘러 이뤄진 이번 뉴욕회담은 내용 이전에 형식 자체가 미국이 6자회담 재개를 서두르고 있다는 느낌을 주었다.
하지만 아직은 시작일 뿐 갈 길이 멀다. 관건은 결국 남과 북의 자세다. 천안함·연평도 문제와 비핵화 의제를 지혜롭게 풀어가지 못하면 남은 6자회담의 걸림돌이 되거나 ‘통미봉남’의 어려운 처지로 몰릴 수 있다. 북 역시 북-미 관계 개선에만 매달리면서 남-북 대화를 이를 위한 징검다리 정도로 여겨서는 아무것도 이룰 수 없게 될 것임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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