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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수해 이후 물가안정 선제적 대응 필요하다 |
지난달 소비자물가가 올해 들어 최고치인 4.7%를 기록했다. 긴 장마 등의 여파로 농축수산물이 전년동월 대비 11% 넘게 뛰었으며, 국제유가와 서비스가격도 덩달아 올랐다. 올 들어 전년동월 대비 물가상승률은 7개월 연속 4%대의 고공행진을 이어왔는데 수해까지 덮쳐 그야말로 빨간불이 켜졌다. 다음달 추석이 있어 농축수산물 수급 관리를 체계적으로 하지 않으면 물가 대란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긴 장마로 채소와 과일 작황이 최악 수준으로 떨어지면서 연일 가격이 급등하고 있는 게 발등의 불이다. 폭염까지 이어지면 잎이 금세 짓물러 지난해 태풍 피해 때와 맞먹는 채소 파동이 올 수 있다. 채소류는 지난 6월까지만 해도 출하 증대로 물가 안정에 기여했는데 기상이변에 따른 집중호우로 값이 크게 뛰었다. 특히 배추·무는 지난해 가을 가격이 급등하자 재배면적이 크게 늘어 올봄에는 출하량 증가로 갈아엎기도 했다. 강수량 민감품목에 대해 선제적으로 수확량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자연재해에 철저히 대비해야 한다. 당국과 농협은 농민들이 생산과 출하를 안정적으로 할 수 있도록 작목 관리에 더욱 신경 써야 한다.
농축수산물값 상승은 바로 가계 부담을 가중시킬 뿐 아니라 가공식품 가격과 외식비 증가를 가져와 체감물가를 끌어올린다. 일시적 수입 확대 등 수급 관리도 필요하지만 농업 기반을 망가뜨릴 수 있는 만큼 소비자뿐만 아니라 생산농가의 사정을 고려해야 한다. 삼겹살이 비싸다고 항공기로 수입할 경우 항공운임과 해상운임 차이를 지원해주면 구제역 피해 농가는 이중삼중의 타격을 입게 된다. 너무 비싸면 수요가 줄어 값이 내릴 터이다.
지난달 농산물과 석유류를 제외한 근원물가도 3.8% 올라 26개월 만에 최고치를 보였다. 장기적이고 추세적인 물가 흐름을 보여주는 근원물가의 상승에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 게다가 국제유가 불안과 전기료를 비롯한 공공요금 인상 등 물가를 자극한 만한 변수가 쌓여 있다. 행정력을 동원한 뒷북치기식 물가잡기로는 절대 효과를 낼 수 없는 상황이다.
정부는 경제정책의 최우선 순위를 물가안정에 둬야 한다. 처음부터 서민경제는 뒷전에 두고 저금리-고환율의 친기업 정책을 밀어붙인 후유증과 부작용이 고물가로 나타나고 있는 만큼, 성장에서 안정 기조로 확실하게 전환해야 물가 대란을 피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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