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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1.08.03 18:47 수정 : 2011.08.03 18:47

2008년 2월11일 숭례문(남대문)이 불타 무너지던 날의 그 참혹한 기억은 국민적 상처로 남아 있다. 상량이 무너져 내릴 때 온 국민의 억장도 무너졌고, 대한민국의 자존심과 문화적 품격도 붕괴됐다. 그런데 엊그제 역사도시 서울의 또다른 상징인 흥인지문(동대문) 일부가 훼손된 채 방치돼 있었던 사실이 밝혀졌다. 숭례문이 불타버린 게 언젠라고, 도대체 이래도 되는 걸까. 그 무관심과 무능에 분노가 치민다.

흥인지문 훼손·방치는 여러모로 숭례문 소실을 떠올리게 한다. 우선 관리의 문제다. 문화재 전문가들은 흥인지문의 훼손은 오래전부터 예고되었다고 한다. 이번에 손상된 용마루 끝에서 추녀로 이어지는 내림마루의 양성 부분은 길이 1m에 불과하지만, 다른 양성 전체에도 여기저기 균열이 나 있다. 보수 관리에 무심했다는 증거다. 균열 여기저기엔 잡초가 자라고 있고, 뿌리가 커지면서 균열도 더 커지고 있다. 이렇게 커진 균열에 빗물이 고이면서 일부가 무너져 내린 셈이다. 다른 여러 균열도 결국 붕괴 위험을 알리는 경고다.

관리 주체인 종로구청은 훼손 사실을 지난달 29일 시민의 신고로 알았다고 한다. 그러나 훼손 부위에 비닐 한 장 덮지 않은 채 사나흘 동안 폭우에 방치했다. 이미 양성 속으로, 혹은 천장으로 빗물이 스몄을 터이고, 그것이 앞으로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는 불문가지다. 이를 두고 종로구청은 경미한 훼손이어서 그랬다고 둘러대고, 언론이 취재에 들어가자 비로소 보수공사를 했다니 무사안일의 전형이다. 흥인지문의 앞날이 암담하다.

숭례문 붕괴 원인은 당시 서울시가 예산 절약을 이유로 관리인력을 줄인 탓이 컸다. 그래서 한 피해망상자가 숭례문 누각에 올라가 불을 지를 수 있었다. 이 사고 뒤 문화재 관리 인력이 늘긴 했다. 흥인지문 역시 관리원 2명이 24시간 상주하고, 감시카메라 10대, 감지기 22대가 설치돼 있다. 하지만 모두 무용지물이었다. 지난 1일 한국문화유산정책연구소 관계자들이 1시간여 동안 둘러볼 때도 누구 하나 챙기는 사람이 없었다고 한다.

안 그래도 흥인지문에 대한 걱정이 많았다. 그 주변엔 최근 고층건물이 빼곡히 들어섰고, 지하엔 지하철 3개 노선이 얽혀 있다. 지하수 흐름이 왜곡됐을 터이고, 지반도 취약해졌다. 특별한 안전점검이 필요한 곳이다. 이젠 제발 관심 좀 갖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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