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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1.08.05 19:20 수정 : 2011.08.05 19:20

국가보훈처가 어제 전두환 정권의 수천억원대 비자금 조성에 관여한 안현태 전 경호실장을 국립묘지에 안장하기로 했다. 베트남전에 참전하고 대통령 경호실장을 지내는 등 국가안보에 기여한 점과, 재향군인회 등의 건의서도 고려했다고 한다. 안씨의 과거 행적과 형평성에 견줘 매우 부적절한 결정이 아닐 수 없다.

안씨는 대기업 등으로부터 수천억원대의 뇌물을 받아챙긴 전두환씨의 경호실장으로서 뇌물수수 과정에 개입하고 개인적으로 5000만원의 뇌물을 받은 혐의로 징역 2년6월 추징금 5000만원의 실형을 선고받은 사람이다. 사법사상 최대 규모의 뇌물사건으로 확정판결까지 받은 엄연한 비리사건의 연루자다. 이 사건의 주범 격인 전씨는 아직도 추징금을 미납해 ‘전재산 29만원’이란 별명으로 국민들의 조롱을 받고 있다. 이런 판에 전씨의 경호실장 경력이 국가안보에 기여한 것으로 미화되다니 보훈처 시계는 거꾸로 돌아가는 모양이다.

이번 조처는 다른 사안들과의 형평성에도 어긋난다. 서울행정법원은 지난해 6월 상습도박 등 혐의로 집행유예 판결을 받은 적이 있다는 이유로 월남전 참전 국가유공자의 대전현충원 안장을 불허한 보훈처의 결정을 정당하다고 판결했다. 보훈처의 안장대상심의위원회 운영규정은 변호사법 위반, 사기 등의 범죄로 큰 피해를 발생시킨 경우에도 안장 대상에서 제외하는 등 매우 엄격하게 기준을 정해놓고 있다. 천문학적 규모의 뇌물사건이 이런 잡범성 범죄들에 비해 가볍다는 것인지 이해하기 힘들다.

심의 과정에도 문제가 많다. 안장심의위는 법무부·국방부 등의 국장급 7명과 민간인 7명, 위원장인 보훈처 차장 등 모두 15명으로 구성된다. 그런데 이번 결정 과정에 청와대 관계자가 민간위원들에게 전화를 걸어 협조요청을 하는 등 정권 차원에서 개입했다고 한다. 역사를 거꾸로 돌리려고 단단히 마음먹지 않고서야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민간위원 3명이 사퇴의사를 밝히는 등 강력 반발한 것도 이번 결정이 얼마나 졸속으로 이뤄졌는지를 잘 말해준다.

12·12 쿠데타로 집권한 정치군인들은 상당수 이러저런 비리사건에도 연루돼 사법적 단죄를 받았다. 안씨의 사례가 앞으로 안 좋은 선례가 될 수 있다. 보훈처는 국가를 위해 희생한 다른 애국자들을 욕보이지 않기 위해서라도 안장 결정을 즉각 취소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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