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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불확실성 높아지는 세계경제에 선제적 대응을 |
뉴욕 주식시장을 시작으로 우리나라를 포함한 세계 주요 나라의 주가가 연일 큰 폭으로 떨어지고 있다. 미국 경제의 앞날에 대한 불안감이 촉발한 이번 주가 급락은 세계 경제 전망을 더욱 어둡게 만들고 있다. 유럽 재정위기 등 세계 경제의 암초가 해결되지 않으면 근원적인 회복은 쉽지 않은 상황이다. 과민반응할 필요는 없지만 대외환경이 상당히 어려워질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선제적이고 비상한 대응을 해야 한다.
미국 경기 전망은 의회의 채무상한 협상 타결이 늦어지고 채무 불이행(디폴트) 위기설까지 나돌면서 오래전에 이미 빨간불이 켜져 있었다. 지난달 말에야 협상이 극적으로 타결돼 한숨 돌리는 듯했으나 시장의 우려를 불식하기에는 미흡했다. 여기에 뚜렷해진 경기하락 조짐까지 가세해 발목을 잡았다. 오바마 정부는 앞으로 10년간 4조달러의 재정적자를 줄이겠다고 했으나 타결된 것은 2조4000억달러 삭감이었다. 이마저도 약자에 대한 복지지원을 줄이기로 민주당이 양보하고 공화당은 증세 논의도 할 수 있다고 물러섬으로써 가까스로 성사됐다. 신용평가회사들이 4조달러 삭감안이 통과돼야 최상위 평가등급을 유지하겠다던 미국 국채의 구조적인 신용불안은 결국 해소되지 못한 것이다. 재정적자를 줄이기 위해 경기부양은커녕 세출을 삭감해야 할 상황에서, 국채 신용불안으로 금리까지 오르면 경기회복은 더 멀어질 수밖에 없다. 게다가 미국 국내총생산의 70%를 차지하는 소비지출이 지난 6월 전달에 비해 0.2% 감소한 것으로 드러나 경기하락에 대한 불안감이 증폭됐다.
미국이 기축통화국으로서의 책임있는 자세를 방기해 실망을 키웠다. 미국은 심각한 재정적자에도 불구하고 국방비 등에 돈을 펑펑 썼으며 벼랑 끝 정쟁으로 불안을 부추겼다. 오바마 정부는 앞으로 의회 초당파위원회에서 증세안이 타결되길 바라지만 공화당은 요지부동이다. 정치인들이 세계 경제나 나라보다 정파 이익에 더 골몰하고 있는 것이다. 이 때문에 중국까지 정쟁이 상황을 악화시킨다고 지적하고 나섰다. 우리 정치권에도 타산지석이 될 법하다.
달러 가치가 더 떨어지고 미국 국채 신용까지 흔들릴 경우 달러 이탈과 함께 달러 체제가 흔들릴 가능성도 있다. 이미 스위스 프랑이 급등한 것도 그 여파다. 달러 체제 이후의 장기대책까지 대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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