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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무상보육은 되고 무상급식은 안 된다는 억지 |
황우여 한나라당 원내대표가 0살부터 전면 무상보육을 도입할 뜻을 그제 밝혔다. 집권당의 정책과 국회 대책을 책임진 원내대표의 발언인 만큼 가볍게 여길 일이 아니다. 문제는 한나라당이 서울에서 무상급식 반대 주민투표를 지원하고 있다는 점이다. 어떤 근거로 무상보육은 되고 무상급식은 안 된다는 것인지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다.
한나라당이 무상급식을 반대하는 첫째 이유는 그것이 재정 형편을 고려하지 않은 복지 포퓰리즘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돈을 따진다면 점심 한 끼를 먹이는 무상급식보다 유치원이나 어린이집 비용 모두를 지원하는 무상보육이 훨씬 많이 들게 돼 있다. 예컨대 보편적 무상급식을 위해 올해 서울시한테 부담하라는 예산은 고작 695억원 정도다. 반면에 무상보육은 한해 4조원가량(전국 기준) 들 것으로 추산된다. 아예 단위가 다를 정도다. 황 원내대표의 발언은 초보적인 재정 지식만 적용해봐도 앞뒤가 맞지 않는다.
한나라당이 무상급식을 반대하는 둘째 이유는 보편적 복지는 안 된다는 것이다. 즉 재벌 회장 아들한테 공짜 점심을 줄 이유가 없고, 거기서 돈을 아껴 꼭 필요한 서민한테 복지 지원을 집중하자는 이야기다. 황 원내대표 자신이 “나는 세금을 언제나 긴요한 곳에 써야 된다는 취지하에서 부유층 자녀들의 급식까지 무상으로 제공하는 것에 대해 꾸준히 이의를 제기했다”고 무상급식 반대 이유를 설명해왔다.
그런데 정부는 현재 소득 하위 70%를 대상으로 영유아 보육비를 지원하고 있다. 황 원내대표는 그것을 넘어 0살부터 5살까지 전면 무상보육을 실시하자고 한다. 이것은 종전의 선별 복지론에서 보편적 복지론으로 태도를 바꾸는 것이다. 이를테면 재벌 회장의 손자손녀라고 해서 예외를 두지 말자는 이야기가 된다. 그렇다면 보편적 복지 개념을 왜 급식에는 적용할 수 없고 보육에는 적용하자는 것인지 새로운 의문이 나올 수밖에 없다.
한나라당이 복지정책을 시대에 맞게 전향적으로 수정하려는 것은 바람직하다. 하지만 무상보육을 주장하면서 무상급식은 망국적이라고 주민투표로 저지하겠다는 것은 억지다. 이율배반도 이런 이율배반이 없다. 한나라당이 시민들의 믿음과 지지를 유지하고 싶다면, 무상보육을 추진하기에 앞서 무상급식 반대 운동부터 걷어치워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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