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주요메뉴 바로가기

본문

광고

광고

기사본문

등록 : 2011.08.09 18:59 수정 : 2011.08.09 20:25

2011년 8월8일은 세계 경제사에 길이 기록될 날이다. 미국의 신용등급 하락이라는 사상 초유의 사태를 맞아 전세계 주식시장이 동시다발로 폭락하며 공포에 떨었다. 어제도 아시아 증시는 공포가 진정되기는커녕 확산되는 모습을 보였다. 특히 우리나라 증시는 이틀 연속 ‘서킷브레이커’(선물 프로그램매도 주문 효력정지)와 ‘사이드카’(거래 일시중지) 조처가 내려지며 요동을 쳤다. 연기금의 시장 개입에 힘입어 코스피지수가 1800선을 겨우 방어하며 장을 마감했다. 하지만 시장 참가자들의 불안감은 여전하다. 증시 애널리스트들은 시장 진단과 전망을 아예 포기했다. 어디로 튈지 아무도 모른다는 것이다. 이런 때일수록 정부의 위기 대응 능력이 절실한데, 안타깝게도 신뢰할 만한 대응 방안이 나올 기미조차 없다.

어제 국내 증시는 한때 공황 수준을 넘어 혼수상태에 빠지기도 했다. 코스피(-3.64%)와 코스닥(-6.44%) 지수는 일본의 닛케이(-1.68%), 대만의 자취안(-0.79%), 중국 상하이종합(-0.03%) 등 다른 나라 지수에 견줘 하락폭이 두드러졌다. 외국인 투자자들은 유가증권시장에서만 1조원 이상을 순매도했다. 이 때문에 원-달러 환율도 엿새째 급등세를 이어갔다. 우리나라 금융시장이 유독 외부 충격에 취약함을 또다시 확인해준 셈이다.

전세계 금융시장이 공포에 휩싸인 근본 원인은 미국, 유럽 각국의 재정위기와 경기불안이다. 2008년 하반기의 세계 금융위기 뒤 3년 동안 막대한 돈을 쏟아부어 겨우 위기를 벗어나는 듯했는데, 재정 여력이 바닥나 경기가 다시 가라앉을 가능성이 커졌다. 특히 미국은 내부 정치적 역학관계 때문에 재정적자와 경기수축을 동시에 유발하는 선택을 하는 바람에 세계경제를 깊은 수렁으로 몰고 가고 있다. 미국 중앙은행이 3차 양적완화를 준비하고 있으나 효과에 대해선 회의적인 시각이 우세하다. 달러를 더 찍어내는 방식은 미봉책에 그칠 뿐 전세계 물가상승 압박 등 더 큰 부작용만 초래할 게 뻔하기 때문이다.

결국 우리 경제가 고대하는 대로 외부 충격이 잠잠해지기를 기대하기 힘든 상황이다. 그런데도 정부는 상황을 ‘예의주시’하는 것 말고는 뚜렷한 대응책을 내놓지 못한 채 우리 경제의 기초체질(펀더멘털)이 튼튼해졌다는 논리만 되풀이하고 있다. 명색이 주요 20개국(G20) 의장국이라면서 정부간 정책공조 논의에도 주도적으로 참여하지 못하고 있다. 2008년 금융위기 때보다 우리 경제 여건이 좋아진 것은 맞다. 하지만 과도한 대외의존도 등을 고려하면 결코 안심할 수 없다. 게다가 이명박 정부 출범 뒤 공공부문과 가계의 부채가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등 내부적으로도 여러 위기 요인이 쌓여만 가고 있다.

전문가들은 위기의 탈출구를 국민경제의 기반을 다지는 데서 찾을 것을 강조한다. 거시정책 운용기조를 확실하게 성장보다 안정에 두고, 수출 여건 개선보다는 소비와 기업 투자 등 내수 활성화로 외부 충격에 따른 불확실성을 최소화해야 한다는 얘기다. 문제는 정부의 실천 의지와 능력이다. 막연한 펀더멘털론으로는 시장의 불안을 잠재울 수 없다.

광고

브랜드 링크

멀티미디어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한겨레 소개 및 약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