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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1.08.10 19:02 수정 : 2011.08.10 21:11

조남호 한진중공업 회장이 어제 기자회견을 열어 대국민 호소문을 내놓았다. 200일을 훌쩍 넘긴 김진숙 민주노총 부산본부 지도위원의 타워크레인 고공농성과 세 차례의 ‘희망버스’, 그리고 정치권의 청문회 개최 논의 등 전방위 압박에 밀려 외국에 나간 지 50여일 만에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하지만 그는 기자회견에서 곁가지에 불과한 몇 가지 대책을 제시했을 뿐, 한진중공업 사태의 핵심인 정리해고에 대해서는 ‘철회할 수 없다’는 기존 태도를 재확인했다. 국민적 기대와 너무나 동떨어져 실망스럽기 짝이 없다.

조 회장은 노동자 400명(희망퇴직자 포함)을 정리해고한 것은 “회사의 생존을 위한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고 강변했고, 희망버스와 관련해선 “불법적 압력”이라고 몰아붙였다. 또 청문회 출석을 피하려고 외국을 떠돈 것에 대해선 “한 척의 배라도 더 수주하기 위한 것”이라고 변명했다. 무엇 때문에 김 지도위원이 목숨을 건 고공농성을 벌이고, 전국에서 수만명의 시민이 희망버스로 부산의 한진중공업을 향했는지에 대한 인식이 전혀 없는 것이다. 야5당이 그의 회견을 두고 “국민과의 전쟁 선언”이라고 비판한 것도 무리가 아니다.

조 회장은 3년 안에 회사가 정상화하면 퇴직자를 재고용하고, 희망퇴직자의 자녀 학자금을 지원하겠다고 밝혔지만 이런 것들은 정리해고의 본질적인 해법이 되기 어렵다. 오히려 눈앞의 곤궁함을 피해보려는 미봉책은 아닌지 의심스럽다.

한진중공업 사태는 정리해고 문제를 비켜 가고선 결코 해결될 수 없다. 조 회장은 희망퇴직을 하지 않은 정리해고자 94명의 복직 방침을 밝히고, 고통 분담이 필요하다면 순환 휴직이나 일자리 나누기 등의 방안을 논의하는 것이 옳다. 한진중 노사와 민주노총 금속지부, 고용노동부 관계자가 오늘 부산에서 여는 노사정 협상 자리를 통해 좀더 진전된 해법을 내놓아야 한다. 그것만이 ‘뻔뻔스럽고 부도덕한 재벌총수의 상징’이라는 불명예를 피할 수 있는 길이다.

한편, 오는 17일로 예정됐던 국회 청문회가 김 지도위원의 불참 방침을 이유로 무산된 것은 유감스런 일이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의 한나라당 의원들은 “김 지도위원이 없으면 의미가 없다”며 청문회에 반대했다고 한다. 한나라당은 청문회의 근본 목적이 정리해고의 타당성을 따지는 데 있음을 인식하고 청문회 개최를 수용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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